갑자기 닥친 한파, 더 힘겨운 쪽방촌

입력 2017-01-10 15:38   수정 2017-01-10 16:07

갑자기 닥친 한파, 더 힘겨운 쪽방촌

"내 차례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살아야죠"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새해 첫 한파가 몰아친 10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지난해 연말부터 동장군이 실종된 듯 유난히 춥지 않은 겨울이지만 갑작스러운 한파에 쪽방촌은 속수무책이다. 빈 곳 없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한 평 남짓한 공간에는 온종일 해가 들지 않아 찬바람이 더 매섭게 느껴진다.


이날은 설을 앞두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미리 마련한 선물을 쪽방촌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날.

주민들은 오전 10시 반부터 쪽방촌 쉼터에서 나눠주는 선물을 기다리느라 이른 시간부터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어림잡아 1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찬바람을 매섭게 맞으며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떨고 있다.


이날 이 단체가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햇반과 라면, 즉석곰탕, 식용유 등의 부식과 추운 겨울을 이겨낼 속옷들이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 받게되는 많지 않은 선물이지만,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곳 주민들에겐 좁디좁은 돈의동 골목에 비추는 실낱같은 햇살만큼이나 소중한 선물이었다.



쪽방촌 주민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계란 값 상승은 물론, '먹는 것은 다 오른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품목의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주민들은 기본적인 식생활도 걱정해야할 처지다.



주민 조영옥(58)씨는 "추운 겨울은 우리같은 쪽방촌 주민들에겐 너무 힘들어요. 지난 1일에 주민 한 분이, 또 4일에도 한 분이 돌아가셔서 세상이 덧없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면서 "제 차례가 언제쯤 올지 모르지만 그냥 하루하루 살아갈 도리 밖에 없죠"라며 한숨지었다.



한 평 남짓한 조 씨의 보금자리. 많지 않은, 볼품없는 살림살이로 가득 찬 좁은 공간은 홀로 발을 뻗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비좁다. 그 곳에서 조 씨의 삶은 매일 매시간 이어지고 있었다.



조 씨는 마을쉼터와 주민센터 등에서 쌀과 김치 등 기본 먹거리는 지원을 해주고 있어 배고픔은 면할 수 있지만 그 외 생필품은 정부 지원금으로만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조 씨에게 다른 벌이는 없는 형편이다.



또 다른 주민 김 모 할머니(89)는 "스물 두살 때부터 한 평 두 평 넓혀 그나마 지금은 대문 있는 집에 살고 있다"면서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여러 단체에서 지원도 해주고 그나마 살기 좋은 곳이 아니겠나. 올해는 덜 추워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와 청탁방지법 등의 영향으로 연말연시 특유의 '온정’이나 ‘배려'의 분위기는 많이 줄어든게 사실이다. 일시적인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k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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