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찰서에만 시범운행으로 '변호사+현직경찰관' 상담센터 운영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정회성 기자 = 지난해 하반기 경찰청 지침으로 전국 경찰서의 수사 민원 상담관이 사라졌다.
민원인들이 상담관을 거치다 보면 두세 번 사건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제도를 없앤 것인데, 경찰서 민원인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광주의 일선 경찰서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를 제외한 모든 경찰서의 민원상담관 제도를 없앴다.
각 경찰서는 수사경력이 풍부한 퇴직경찰관을 60여만원의 임금을 지급해 채용해 각종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하려는 민원인에게 적절한 사건부서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겨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말 갑작스러운 경찰청 차원의 수사 민원상담관 제도를 없애라는 지침을 받고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민원상담관 제도를 정리했다.
수사 민원상담관을 없앤 것은 이중업무라는 이유 탓이다.
민원인들의 사건 내용을 해당 수사팀장이 상담해야 하는 데 중간에 상담관을 거치다 보면 민원인들이 두세 차례 사건 내용을 설명해야 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 많았다는 것이 일선 경찰서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상담관 제도가 사라진 뒤 오히려 민원인들의 불편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 고소장을 들고 찾아간 민원인들은 수사 전문성이 없는 경찰관의 안내를 받고 수사과, 형사과, 교통과 등을 오가며 수차례 사건을 설명하기 일쑤다.
특히 요즘 범죄 유형이 인터넷 사건이나 절도형 전화 금융사기 사건, 아동·여성 사건 등 형사과 수사과 업무 등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광주의 한 경찰서에서는 변사가 의심되는 가택 수색 요청을 하려 한 민원인이 飈 신고, 지구대 방문, 경찰서 민원실 접수'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경찰서 문을 두드리다 결국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종신고 접수를 못 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한 사례도 있었다.
불편은 경찰 내부도 마찬가지다.
수사 민원상담관이 없어진 대신 각 경찰서 민원실장이 수사 사건의 경우 상담을 진행하고 각 부서로 민원인을 보내고 있지만, 불편이 크다.
특히 수사경력이 없는 민원실장의 경우는 사건 내용을 어디에 배당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민원인이 이 부서 저 부서를 오가며 사건 내용을 여러 번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경찰서 각 부서에서도 "애매한 사건의 경우 다른 부서로 안내하면 '일을 미룬다'는 인상을 줘 불편하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반면 광주 서부경찰서는 광주에서는 유일하게 시범사업 형태로 '수사 민원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역 경찰관에 변호사 상담인력까지 추가 배치해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안내와 법률상담까지 제공한다.
상담센터에서 먼저 사건 내용을 살펴보고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사건은 피해구제 절차나 다른 상담기관을 안내해 줘 민원인들도 불편한 발걸음을 하지 않고, 경찰관들도 불필요한 업무를 피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광주의 한 경찰관은 "계륵이라고 여겼던 민원상담관이 없어진 뒤 오히려 불편한 점이 늘었다"며 "수사경력이 풍부한 현역 경찰관과 법률상담을 추가 배치해 상담관 제도 확대 부활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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