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후계자로 보수파 성직자 라이시 부상

입력 2017-01-10 16:15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후계자로 보수파 성직자 라이시 부상

가디언 "하메네이 측근으로 80년대 집단 처형에 관여"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원로 정치지도자 하셰미 라프산자니의 타계로 현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77)의 후계 구도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외부세계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56세의 보수파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가 하메네이의 유력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 보도했다.

이란 검찰총장을 지낸 라이시는 이슬람 세계 최대 종교자선단체로 이란 최고성지의 수호자인 '아스탄 에 쿠즈 라자비'의 관리역이다.

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임기는 종신직이나 라프산자니의 갑작스런 타계로 하메네이의 후계 구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메네이는 지난 2014년 금기를 깨고 전립선 수술을 받은 사실이 공표된 바 있다.

현재 하메네이 후계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인물들은 라이시를 비롯해 전·현직 사법부 수장인 아야톨라 하셰미 샤루디와 사데크 라리자니, 그리고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 등이다.

하메네이 후계자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온건개혁파 지도자였던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 신문 인터뷰를 통해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권을 가진 전문가 회의에서 후보가 2명으로 압축됐다고 밝혔으나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부세계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라이시는 종교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스탄 재단의 관리인으로 임명되면서 일약 하메네이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하메네이의 이너서클과 가까우나 행정 경험은 거의 없으며 시아파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임을 나타내는 세예드(seyed)로서 검은 터번을 두르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무명의 청년이었던 라이시는 이후 종교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1988년 여름에는 4인 샤리아(이슬람 율법) 재판관의 일원으로 좌파와 반체제세력의 집단 처형에 관여했다.

그러나 당시 그의 역할은 상징적인 것으로 최고지도자가 되는 데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라이시는 현재 문제 성직자들을 처벌하는 법원장으로 사법부 내 주요 역할을 계속 맡고 있다.

라이시는 동부 호라산-라자비 주(州)에서 하메네이를 대리하는 강경파 성직자의 딸과 결혼했다.

영국 외교부의 이란 자문관이었던 후세인 라삼은 라이시의 현재 역할이 그의 최고지도자를 향한 도전에 강력한 발판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매년 수백만 순례객들이 방문하는 최고성지의 수호자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매년 약 3천만명의 순례객들이 이맘 레자 영묘가 위치한 모스크를 방문한다.

또 라이시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물론 혁명수비대 등 권력 핵심부와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이런 면에서 그가 최고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라삼은 덧붙였다.

라삼은 또 경쟁자인 샤루디와 라리자니가 부패사건에 연루돼 있고, 또 내부 권력 투쟁과 거리를 둬온 점 등이 라이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명한 정치운동가로 파리에 망명 중인 모르테자 카제미안은 혁명수비대와 정보기구, 그리고 하메네이의 아들을 포함한 하메네이 이너서클과의 관계로 미뤄 라이시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시된다고 전망했다.

이란 콤 신학센터의 교수로 현재 미국 듀크대 연구교수인 모흐센 카디바르는 라이시가 재단 관리인에 임명된 것만으로도 그가 최고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30-4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경쟁자인 아야툴라 샤루디 역시 세예드이다.

카디바르는 그러나 라이시가 잠재적 유력 후보이기는 하나 그를 선두주자로 볼만한 충분한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하메네이가 생존 시에는 그의 권위가 효력이 있지만 일단 그가 사망하면 모든 후계자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하니 대통령이 오히려 유망하다면서 로하니 대통령이 다른 경쟁자에 비해 경륜과 이슬람 지식, 그리고 신뢰도 면에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론은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의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해 '최고'의 영향력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메네이가 생존 시 후계자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후계자는 그의 측근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며 전문가 회의는 이를 추인하는 요식 절차에 불과하게될 것으로 라삼은 전망했다.

그는 현재 분위기에서 라이시가 차기 최고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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