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온산국가공단 조선·플랜트업체 공장용지 매물 쏟아져
"20∼30곳 동시 매물은 사상 유례 없는 일…공단가동 이래 최악"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조선·석유화학의 경기악화로 울산의 국가공단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온산국가공단 입주업체 20∼30곳이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공장용지까지 팔자고 내놨다.
공장 매물이 이렇게 쏟아진 것은 1974년 공단이 조성된 이래 사상 초유의 사태다.
한때 온산공단은 공장 부지가 모자라 바다를 매립하고 해안에 살던 주민을 이주시켜가며 공단을 조성했던 곳이어서 불황의 깊을 골을 실감케 한다.
◇ 온산공단 90% 조선·석유화학플랜트 업종…불황에 취약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온산국가공단은 울산·미포국가공단과 함께 1970년대 초반 조성됐다.
현재 2천50만㎡에 에쓰오일 등 정유업체, LS니꼬 동제련과 풍산금속 등 비철금속, 선박블록 제조 중견기업과 석유화학 및 해양 플랜트 관련 중소기업 등 301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지난해 11월 말 가동률은 87.9%로 2015년 말 90.5%보다 떨어졌다.
그러나 입주업체의 90%를 차지하는 선박블록 제조 중견기업과 석유화학·해양 플랜트 중소업체들은 관련 업종의 경영난이 지속하면서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은 4, 5년 전 수주받은 물량으로 최근까지 버티고 있지만, 2년 전부터 물량이 거의 끊겨 올해를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체 여러 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도산해 문을 닫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들은 공장용지를 팔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공장용지 매물 쏟아져…"사상 유례 없는 일"
공장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온산공단의 공장용지 매물이 지난해부터 20∼30개 정도 쏟아졌다.
1974년 공단 조성 이래 공장 매물이 10개 이상 한꺼번에 나온 것은 유례 없는 일이라고 공단 관계자들은 전한다.
선박블록 제조업체인 P사는 7, 8개월 전부터 3개 공장 중 2개 공장(14만㎡)을 매물로 내놨다.
Y사, S사 등도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장용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물이 넘치다 보니 공장용지 가격도 평당 120만∼140만원으로 2014년의 평당 150만∼160만원보다 최고 25% 내렸다.
그런데 경기가 어려워 팔려고 내놔도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선박블록 제조나 플랜트 업종은 공장부지가 1만㎡∼10만㎡로 덩치까지 커 매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업체 관계자는 "1년 가까이 수주 물량이 없어 공장 가동을 중단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공장부지라도 팔아야 망하지 않고 버틸 텐데 부지가 커서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부동산 담보 대출을 하려 해도 은행에서 위험부담이 크다며 쉽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 바다 매립·주민 이주해 공단 조성…40년 만에 존폐 위기
온산공단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미포국가공단과 함께 70년대부터 한국경제 성장의 산파 역할을 해왔다.
1974년 630만㎡에 56개 업체가 입주하면서 공단 가동이 시작됐다.
공단 조성 초기 에쓰오일 등 정유업체와 고려아연, 풍산금속 등 비철금속 업종이 주를 이루다 80년대 중공업 경기활황에 힘입어 포스코플랜텍(구 성진지오텍), 신한기계, 이영산업기계 등 선박 구조물 제조 중견기업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한때 공장용지 부족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80년대 중반 공단의 해안지대에 살던 16개 부락 주민 8천3백67가구 3만7천6백10명이 공해로 집단이주하기도 했다.
주민이 떠난 부락에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그래도 공장용지가 부족하자 바다 수십만 ㎡를 매립해 부지를 추가 조성했다.
온산공단이 완전가동되던 2014년에는 생산액 45조3천421억원으로 전국 제조업 대비 3.04%, 수출은 218억1천5백만 달러로 전국 제조업 대비 3.9%를 차지할 만큼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11일 "조선업과 해양 및 석유화학플랜트 불황이 지속하고 있어 관련 업종의 경기 회복세는 내년까지 지켜봐야 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최근의 유가 상승이 수주 물량 오름세로 이어져 경기가 하루속히 활성화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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