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소통으로 넘어요"…25년 전통 돌고래시장에 소셜방송국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오늘의 방송 주제는 화합입니다. 화합이 무슨 뜻일까요. 뜻을 모아 합치는 게 아닐까요. 우리 시장도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조금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이해하면 잘되지 않을까요."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2동 돌고래시장 방송국 '고래고래'에서 아마추어 상인 DJ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설픈 진행에 점포 상인과 오가는 고객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분당신도시 입주와 함께 1992년 5월 문을 연 돌고래시장은 아파트단지 숲에 자리잡은 재래시장형 상가다.
생활밀착형 1차 상품부터 가공식품, 소매식품 등을 파는 145개 점포가 지하층부터 2층까지 빼곡히 들어서 하루평균 2천700여명이 찾는다. 반찬, 떡집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수원이나 서울에서까지 찾아오는 고객이 있다.
신도시 입주와 때를 같이 해 25년이 지난 도심 전통시장은 지난해 3월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중소기업청과 성남시 지원으로 지역주민의 공동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시장 한편에 둥지를 튼 '고래고래 방송국'이다.
기본적인 장비 사용법, 원고 작성, 진행 요령 등을 익히는 단기 DJ양성 과정을 거친 상인과 동네 주민들이 함께 매주 화·목요일 1시간씩 음악과 사연을 들려주고 시장 소식을 전한다.
물건만 사고 돌아가는 시장이 아닌 고객과 공감대를 만들고 소통하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현장방송 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도 동시 생방송을 하며 젊은 고객 끌어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일 일일DJ로 방송을 진행한 이명선(의류점포 운영)씨는 "말주변이 없어서 막막했는데 막상 해보니 적응도 되고 지나가는 고객들도 한마디씩 거들면서 응원해줘 용기를 얻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소통의 기쁨을 맛본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돌고래시장의 소통 마케팅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됐다. 야외 주차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안녕, 돌고래 영화제'를 열어 주민 1천여명이 다녀갔다.
토요일 밤 친구끼리, 가족끼리 찾을 수 있게 탁자와 의자, 소파 등을 마련하고 팝콘, 콜라, 커피까지 나눠줬다.
성남시에는 돌고래시장 뿐 아니라 자체 방송국을 운영하는 시장이 여러 곳 있다. 2015년 초 단대전통시장 '정류장'을 시작으로 남한산성시장 '통소리', 금호행복시장 '행복팡팡' 등이다.
시장마다 특색을 가지고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인디밴드 라이브 공연, 동아리 댄스 공연, 전문가 특강 등도 진행한다.
성남상권활성화재단 강헌수 본부장은 "경기침체라며 다들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라디오방송국이 활력소가 돼 서로 돕고 소통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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