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2008년 창단 이후 첫 우승 도전
"선수들은 쌓였다…감독이 뒤에서 받쳐만 주면 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단 운영팀장으로 구단의 밑그림을 그리던 장정석(44) 감독이 갑작스럽게 넥센 히어로즈 감독에 취임한 지 2개월 가까이 지났다.
취임 이후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장 감독은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내며 오랜만에 아빠와 자식 역할을 했고, 이제 다시 치열한 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이달 30일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둔 장 감독은 준비에 한창이고, 캠프 인원 구성은 이제 마무리 단계다.
장 감독은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제부터 시작"이라면서 "올해는 캠프 기간이 짧지만, 훈련량을 늘리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율 야구'를 중시하는 넥센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훈련량이 가장 적은 편이다.
스프링캠프에서도 Ɖ일 훈련-1일 휴식'을 지키는데, 장 감독은 "작년까지는 '자율'이지만 야간훈련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를 없애기로 했다. 선수들이 체력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4년 '자율'과 '시스템'을 앞세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걸 바로 뒤에서 지켜본 자신감에서 내린 결정이다.
넥센은 지난 시즌 전력을 대부분 지켰다.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은 왼손 강속구 투수 김택형이 재활과 수술 사이에서 고민하는 걸 제외하면, 지난해 1군 주축 선수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여기에 한현희와 조상우까지 복귀를 앞뒀다.
둘 다 넥센 마운드의 핵심 선수였지만, 팔꿈치 수술로 2016시즌은 쉬어 갔다.
장 감독은 "한현희와 조상우 모두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는 일단 제외됐다. 워낙 큰 수술을 받았고, 복귀를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 "한현희는 이르면 개막전에 맞출 수 있고, 조상우는 5월 이후 복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현희와 조상우 모두 복귀하면 후에는 선발 투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장 감독은 "강한 투수가 먼저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좋은 선수가 선발로 들어가면 그만큼 불펜 투수의 부담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리면, 넥센은 션 오설리반-앤디 밴 헤켄-신재영-한현희-조상우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을 갖출 수 있다.
선발 투수 후보도 적지 않다.
지난해 안정적으로 1군에 자리한 신인 박주현과 최원태는 경험을 추가했고, 군 복무를 마치고 시즌 막판 돌아왔던 강윤구 역시 강력한 자원이다.
장 감독은 "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진행한 뒤, 이 중 1명 정도는 1이닝만 맡기는 선수로 기용할 계획도 세웠다"고 공개했다.
타선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외국인 타자 대니 돈은 무릎 부상을 털고 재계약했고, 주전 선수 모두 라인업에 건재한다.
장 감독도 "타순이나 이런 건 큰 틀에서 달라질 건 없다. 좀 더 공격적으로, 활기차고 재미있게 경기한다는 분위기만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윤석민과 채태인이 번갈아가며 1루수와 지명타자를 맡고, 서건창(2루수)-김하성(유격수) 키스톤 콤비가 버티고, 김민성(3루수)이 핫코너를 지키는 넥센의 내야는 짜임새에서 최고 수준이다.
외야에도 이택근, 대니 돈, 고종욱, 박정음, 임병욱 등 누가 주전으로 나가도 부족하지 않을 선수가 충분하다.
결국, 이 선수들을 큰 무리 없이 기용하는 게 장 감독의 임무다.
넥센이 지향하는 야구는 '시스템 야구'였고, 운영팀장으로 이 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장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실험을 했다.
내년 넥센의 성적은 KBO 리그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장 감독은 "우승이라는 이야기는 직접 안 했지만, 저희 팀에서 (2008년 창단 이후) 9년 동안 못한 거 해보고 싶다"며 2017시즌 포부를 밝혔다.
"선수들도 많이 쌓였고, 이들의 커리어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감독이 뒤에서 잘 받쳐주기만 하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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