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압박수사…조서는 허위", 안 "업무수첩 증거 동의 못해"
검찰 "자백 강요한 적 없고, 피고인들이 자백한 적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태수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측이 재판에서 검찰에 대해 작심한 듯 반격에 나섰다. 최씨는 검찰의 '압박수사'를 문제삼으면서 조서를 쓸 수 없다고 주장했고, 안 전 수석은 자신이 기록했던 업무수첩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에서 "최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진술의 임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뜻대로 자유롭게 말한 내용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해당 조서는 형식적으로 작성에 걸린 시간이 1시간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이전에 피의자 면담이라는 형식으로 자백을 강요하는 식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번째 조서를 작성할 때는 변호인이 입회해 항의했다"면서 "그러자 부장검사가 조사실로 들어와 '당신 같은 사람은 조사가 필요없다'며 최씨에게 강한 질책성 훈계를 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작성된 조서는 진술의 임의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술 내용에 진정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진술 내용이 최씨 진술과 달리 교묘하게 조작됐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씨는 수사 이래 지금까지 재단 모금에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씨가 재단 설립에 관여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씨가 기소된 이후 검찰이 다시 불러 조사한 것을 지적하며 "검사가 최씨를 마구 소환해서 공소사실 자백을 강요했다. 이때 작성된 피의자 진술조서는 그 자체로 허위 공문서"라고 항의했다.
이에 검찰은 "최씨에게 '허위 진술할 거면 조사가 필요 없다, 사실대로 말하라'고 언급한 적은 있을망정 자백을 강요한 적은 없다. 최씨가 자백한 적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검찰은 이 변호사의 이 같은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주장"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은 최씨의 주장과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증거 채택 부동의를 비롯해 이들과 정호성 전 비서관의 헌재 탄핵심판 증인 불출석까지 겨냥해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고, 대통령에 불리한 증거 제출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기소 이후에도 필요하면 조사할 수 있다"면서 "허위 공문서라는 주장은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한편 최씨 측은 이날 재판에서 최씨의 무죄를 입증할 증인으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김필승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장순호 플레이그라운드 재무이사, 변희재씨 등 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변씨는 태블릿PC 전문가 자격으로, 검찰이 확보한 태블릿의 '진정성립', 즉 조작·오염 등의 과정 없이 증거로서 인정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겠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변씨 등 2명을 제외한 7명의 증인은 모두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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