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로 공직 그만둔 것 아니다"…청와대 외압 시사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전명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1일 박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된 것으로 알려진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을 소환 조사했다.
노 전 국장은 이날 오후 1시 25분께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 대치동 D 빌딩에 도착했다.
참고인 자격으로 특검팀에 출석한 노 전 국장은 '외압 때문에 물러났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의에 의해 나간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것을 처음 알았을 때의 심경에 대해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회고했다.
노 전 국장은 박 대통령이 개입한 부당한 공무원 인사의 피해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13년 5월 청와대 지시에 따라 진재수 당시 문체부 체육정책과장과 함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출전한 승마대회의 판정 시비를 조사하고 최씨 측과 반대 측 모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사실상 정씨가 우승하지 못한 이유를 밝혀내라는 청와대의 '하명'이었지만,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조사 결과를 보고해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불러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2013년 8월 갑자기 인사발령이 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유 전 장관은 언론에 알려진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의 좌천 경위가 "거의 틀리지 않는 얘기"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한동안 한직을 떠돌던 노 전 국장은 얼마 안가 공직을 그만두고 대한체육회 협력단체인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옮겼다. 진 전 과장도 공직에서 물러나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이 됐다.
특검팀은 노 전 국장을 상대로 문체부 체육국장직과 공직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최근에는 유동훈 문체부 2차관이 노 전 국장의 입막음을 위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다. 유 차관의 회유 시도 의혹도 특검팀의 조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 전 국장은 취재진에게 "(유 차관의 제안이) 회유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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