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작년 8월 측근 시켜 자료 폐기 지시…安측근, K스포츠 사무총장과 말맞춰
검찰 "대통령, 미르·K스포츠재단 기업별 출연금 보고 받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황재하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61)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수사에 대비해 측근들을 시켜 대거 증거인멸과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최씨 등의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최씨 측의 입김으로 KT에 입사한 신모씨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신씨는 "2016년 8월 동유럽 쪽에 가 있던 남편(최씨 측근 김영수)의 연락을 받고 '더운트' 관련 자료를 찾아 없애러 갔다"고 진술했다.
더운트는 최씨가 서울 삼성동의 한 빌딩에 세운 회사로,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있던 자료들을 이곳에 있는 금고 등에 보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남편이 연락해와 '최순실이 장순호(플레이그라운드 이사)에게 연락해놨으니 더운트 사무실에 가서 남은 PC와 자료들을 싹 다 정리하라고 했다, 사무실 가서 그렇게 좀 해'라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더운트 내 PC에는 더블루케이 등 그 이전 자료까지 다 집적된 상태였기 때문에 최순실이 이런 지시를 한 것이 확인된다"며 "장순호 또한 최순실로부터 컴퓨터를 파기하고 금고를 열어 자료를 모두 파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자인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 측의 증거인멸 정황도 공개했다.
김형수 초대 미르재단 이사장은 검찰에서 "차은택이 전화해 와 '전경련이 추천했다고 언론에 말해야 한다'고 했다. 안 전 수석 역시 재단 이사진 선임을 내가 했다고 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전화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미르재단 이사장과 주요 임원진 명단은 최씨를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가 다시 안 전 수석에게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차은택이 전화해 '이사장 할 생각이 있느냐'라고 물었고, 이후 차씨가 이사장 선임 축하 전화를 했다. 며칠 후 안 전 수석으로부터도 '재단 이사장 선출된 걸 축하드린다. 언제 한 번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김 전 이사장의 검찰 진술로도 뒷받침된다.
김 전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의 보좌관 김모씨로부터도 "이사장으로 선임한 게 전경련이라고 얘기해달라, 안 전 수석과의 통화 내역을 조심해달라"는 종용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이 같은 요청을 지속적으로 들은 김 전 이사장은 검찰 조사를 받기 며칠 전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
안 전 수석 측 김 전 보좌관은 지난해 10월 김필승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정동구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김필승 사무총장 모두 전경련에서 지명한 인사로 하자는 취지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전 보좌관은 이렇게 두 사람이 말을 맞춘 이유로 "VIP를 지키기 위해 그랬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전 보좌관은 검찰에서 "미르재단 관련 주요 업무는 BH(청와대) 내 경제금융비서관실과 문화체육비서관실이 주도했다"며 "주말에 양 재단의 기업별 출연 규모를 (청와대) 부속실로 올려 달라고 해서 올린 바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대통령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기업들이 얼마나 출연하는지 보고받았던 사실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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