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 집어삼키는 중국…작년 EU 직접투자 44조원

입력 2017-01-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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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업 집어삼키는 중국…작년 EU 직접투자 44조원

"나라마다 속내 달라 美와 같은 EU 차원 대응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중국이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직접 투자한 금액이 전년보다 76% 급증해 44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사업체 로디엄그룹과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해 EU에 대해 한 직접투자(FDI) 규모는 351억 유로(약 44조2천억원)로 전년보다 76% 늘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대로 EU 자본이 중국 기업에 투자한 규모는 2년 연속 감소한 77억 유로(9조7천억원)에 그쳤다.

이런 불균형은 독일에서 가장 심했다.

독일 기업에 손을 뻗친 중국 자본은 2015년 12억 유로(1조5천억원)에서 작년 110억 유로(13조9천억원)로 폭증했다. 반대로 작년 중국에 투자한 독일 자본은 35억 유로(4조4천억원) 규모로 처음으로 중국 자본의 독일 투자에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유럽을 포함해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모두 2천억 달러(239조3천억원)로 2015년보다 40% 불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수치조차 유럽에서 중국 자본 유입이 반발에 부딪히면서 대형 M&A 건이 불발된 결과다. 유입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중국 푸젠(福建) 훙신(宏芯·그랜드 칩)투자펀드의 독일 반도체기업 아익스트론 인수 계획은 군사안보 기술 유출을 우려한 독일과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아익스트론 사례처럼 안보와 자본흐름 불균형 측면에서 사회적 논란이 빚어지면서 올해는 작년과 같은 양적 팽창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세계 양대 시장인 EU와 중국의 자본 흐름이 갈수록 불균형해지고 있지만, EU로서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US)와 같은 정부 기관을 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미국과 같은 방어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정부에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재량권을 늘려주는 방향으로의 외국인 투자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지만, 이미 현행법조차 EU 법에 견줘 강력한 수준인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부국은 차이나머니를 그저 환영할 수만 없지만, 헝가리 등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들은 외자 유치를 환영하는 등 회원국별 입장이 다른 점도 EU 차원의 대응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국국제문제연구원(CIIS)의 유럽 전문가 추이훙젠(崔洪建)은 "유럽에 대한 중국 투자는 줄겠지만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은 EU 투자환경과 유럽의 경제부흥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중국자본 투자 제한은 EU에 중국과의 양자투자협정(BIT) 협상카드 정도일 뿐이며, 독일의 속내도 중국에 진출하는 독일 기업의 이익을 챙겨주는 데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가는 "독일 내 중국 투자 제한에 관한 말들은 포퓰리스트의 레토릭에 불과하다"며 "심의위가 진짜로 거래를 중단시키는 미국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은 중국 투자를 단속하면 잃을 것이 너무나 많다"고 꼬집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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