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언론 보도…"온몸 가리는 부르카가 범죄 도구로 악용"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북아프리카 이슬람국가인 모로코가 안보를 이유로 무슬림 여성 전통의상인 부르카의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고 BBC방송과 알자지라가 현지언론을 인용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로코 뉴스사이트 Le360는 익명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모로코 내무부가 부르카의 생산과 판매,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명령은 이번 주부터 전국에서 효력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모로코 남부 타루단트에서는 지역 당국이 부르카의 생산·판매를 금지하고, 재고도 48시간 이내에 폐기하라고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아직 모로코 정부가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이 익명의 관리는 이번 조치가 안보를 이유로 취해졌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강도들이 반복적으로 부르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로코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한 프랑스나 벨기에의 선례를 따라 부르카를 완전히 금지한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모로코는 국민 99%가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이지만 모로코 여성들은 얼굴을 포함해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신 머리만 가리는 두건 형태인 히잡을 즐겨 입는데 모로코 내 보수적인 지역의 여성들도 부르카보다는 눈만 빼고 몸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착용한다.
이러한 경향은 온건 이슬람을 표방하는 국왕 모하마드 6세가 히잡 착용을 선호하면서 더욱 강화됐다.
이에 노즈하 스칼리 전 가족사회개발부 장관은 "종교적 극단주의와의 싸움에서 아주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라며 조치를 환영했다.
반면 이슬람 극단 원리주의 세력인 살라피스트는 부르카 유통 금지조치가 니캅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하산 케타니 살라피스트 지도자는 "모로코가 무슬림 여성들이 500년간 입어온 니캅까지 금지하려고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는 재앙이다"라고 비난했다.
모로코의 국립인간개발관측소도 "이는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과 종교적, 정치적 신념을 보여줄 수 있는 옷을 입을 수 있는 자유를 간접적으로 침해하는 임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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