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이 부회장은 9년 만에 다시 피의자로 특검 수사를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전무이던 2008년 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등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조준웅 특검팀에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받았다.
당시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 삼성SDS 등 계열사 지분을 정상가보다 싼값에 탈법적으로 넘겨받아 그룹 지배권을 승계한 의혹에 대해 조사받았다.
에버랜드 CB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으로 발행하는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는지, 이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에 관여했는지 등이 수사 대상이었다.
그 때 특검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따라서 이번에 박영수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경우에는 이 부회장으로서는 첫 기소가 되는 셈이다.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2년 이상 입원 중인 가운데 이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그룹 총수로서 검찰에 피의자로 출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희 회장은 두 차례 검찰에 불려온 적이 있다.
처음은 1995년 11월 대검 중수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할 때다. 대부분의 대기업 오너(총수)가 검찰에 불려왔고, 이 회장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1938년 창업 이래 총수가 한 번도 검찰에 소환된 적 없는 유일한 기업이라던 삼성 역시 검찰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이후로도 여러 차례 검찰 소환설에 시달렸지만,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동원하고 치밀한 방어 전략을 펼쳐 매번 고비를 넘겼다.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2005년 8월 서울중앙지검의 불법도청 사건 수사, 2005년 서울중앙지검의 에버랜드 CB 편법 증여 사건 수사 때도 소환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룹 내 다른 임원들이 조사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되거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넘어갔다.
그러나 2008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하면서 출범한 조준웅 특검팀에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특검팀은 당시 이건희 회장에 대해 에버랜드 CB를 헐값에 발행한 뒤 이재용 부회장에게 넘겨 에버랜드에 최소 969억원의 손해를 안긴 혐의, 4조5천억원의 자금을 은닉하고 1천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계열사 주식을 매매하면서 남긴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1천128억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삼성SDS BW 저가 발행에 따른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확정됐다.
유죄가 확정된 지 4개월 만인 2009년 말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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