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새해부터 체감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수출·내수가 모두 부진한 '이중고'에 부딪친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혹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기업의 투자 등 경영활동이 위축되면 고용이 줄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과 실물경제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기업 경기 체감은 '몹시 추움'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2월 전월(95.8)보다 1.6포인트 낮은 94.2로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과 같은 수치다. 7년 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천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7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BSI가 전 분기(86) 대비 18포인트 급락한 68로 파악됐다.
이는 체감경기가 극도로 나빴던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BSI 지수(61~75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BSI는 수치가 100을 밑돌 수록 경기 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이야기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제조업체 675개를 대상으로 체감경기를 조사한 제조업 1분기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조금 낫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시황 88, 매출 89로, 전분기(시황 96.매출 99)보다 각각 8, 10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내수(89)와 수출(94)은 각각 2013년 1분기와 2016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떨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2월 연간 및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실업자 수는 101만2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6천명 증가했다.
실업자 통계가 바뀐 2000년 이래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업률은 0.1% 포인트 상승한 3.7%로 2010년의 3.7% 이후 가장 높게 올라갔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9.8%로 2년 연속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 "퍼펙트 스톰ㆍ미증유의 위기"
전문가들도 우리 경제에 대해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제가 미증유의 위기에 봉착했다"며 "과거 한국은 안 되는 게 없었는데 요새는 되는 게 없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한 조찬포럼에 "한국에 소비, 투자, 수출이라는 세 가지 성장 기둥이 동시에 무너져 내리는 '퍼펙트 스톰'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권 원장은 "퍼펙트 스톰 상황에서 재정지출 증대를 통한 경기부양은 실효성이 낮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사물인터넷(IoT)과 제조업의 융합,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 우리 경제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작업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실물경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1997~1998년 외환위기 수준"이라며 "실물이 경기를 끌어내려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구조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기업의 불안감을 키운 것으로 본다"며 "우리 경제가 추운 겨울을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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