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이대 교수 '한국문화의 몰락'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도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저마다 다양한 진단과 해법이 쏟아진다.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는 '한국문화의 몰락-대반전을 위한 마지막 고언'(주류성출판사 펴냄)에서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가 구태의연한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오늘의 사태를 가져온 제왕적 대통령은 유교적 가부장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아버지가 아무리 바람을 많이 피우고 심한 주사를 부려도, 돈을 벌어오지 않아도 가부장이기 때문에 면책이 됐던 전근대 시대의 가치관이 아직도 전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유교적 가부장제를 대치할 만한 새로운 문화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헌을 해서 4년 중임제나 의원내각제 같은 제도를 마련한다 해도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한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새로운 개념의 연구소, 일종의 싱크탱크다.
조선 시대 세종과 정조 때 브레인들이 모여 토론했던 집현전과 성균관 같은 싱크탱크를 만들되 이 연구소는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아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소의 역할은 세세한 해결책 제시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고 그에 걸맞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실제 이런 연구소가 등장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하지만 일단 연구소가 국민의 집단지성을 각성하는 역할을 하면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와도 연계된 현 정부의 문화융성위원회에 참여해 2년간 활동했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참석한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의 철칙은 자유발언은 대통령만 하고 질문을 일절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발표하는 사람도 원고만 읽어야 하고 다른 개인적인 발언은 할 수 없었다.
문화융성위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문화의 날' 제정과정의 뒷이야기도 들려준다.
정부는 문화융성위에서 '문화의 날' 제정을 결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위원들은 그런 결정을 한 적이 없고 신문으로 먼저 소식을 접한 뒤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266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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