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난해 말 끝난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 세끼'에서 고양이 '쿵이','몽이'는 출연진 못지않게 사랑받았다.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등도 고양이 열풍에 가세했다. 영화 '미스터 캣',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도 있었다.
2017년 새해에도 고양이 열풍은 계속된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이 4일 개봉했다.
고양이 책은 연말연시 쉴 새 없이 쏟아져 서점가도 점령했다. '집사'(고양이 반려인)의 책장 한 줄은 너끈히 채우고도 남을 정도다.
'집사'와 고양이의 동거를 담은 책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일본인 프리랜서 작가 도우라 미키가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보낸 일상과 이별 후 이야기를 담은 '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중앙북스 펴냄)는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사랑하고 이별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책이다.
'내 사랑 야옹이'(행복우물)는 경기도 가평 시골의 전원주택에서 개, 고양이와 함께 노후를 보내는 다니엘 최 씨의 이야기다.
고양이가 한해 새끼를 11마리나 낳는 바람에 당황했던 일, 농약을 먹고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녀석을 살리려고 온 가족이 고군분투했던 일 등 크고 작은 일화가 등장한다.
행복한 동거 비법을 고민 중인 '집사'에게는 도쿄 고양이 의료센터 원장 핫토리 유키가 출간한 '고양이의 기분을 이해하는 법'(살림), 고양이 세 마리와 동거 중인 미국인 만화가 조지아 던의 '집사, 밥그릇이 비었다옹'(디뷰북스)을 추천한다.
역사와 미술, 문학, 철학 등을 넘나들며 고양이 문화사를 다룬 인문학 서적들도 나왔다.
5년 차 '집사'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천년의 상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중심주의 극복이다.
그는 동물을 기계와 동일시했던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뿐 아니라 하이데거, 레비나스 같은 현대 철학자들도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인정하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다. 차이가 차별, 즉 동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사랑을 바라나 굳이 구걸하진 않고, 속으로 따뜻해도 겉으로는 까칠하며, 이기적으로 보이나 누구보다 이타적이며, 사회 안에 살면서도 완전히 동화되지 않는" 고양이성을 받아들이자고 제안한다.
사진작가 이동섭이 집필한 '그림이 야옹야옹 고양이 미술사'(아트북스)는 고대 이집트 벽화부터 앤디 워홀까지 고양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통해 미술사를 훑어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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