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뉴욕 생활을 청산하고 12일 오후 5시 30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장외에 머물러 왔던 유력 대선후보의 선거 무대 입성인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정치권은 벌써 반 전 총장의 향후 행보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대선 판세에 미칠 파급력을 놓고도 저울질이 한창이다. 여론조사에서 현재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 전 총장 귀국에 맞춰 충청권을 방문한 것도 다분히 계산된 포석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의 고향을 찾는 것으로 본격적인 견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반 전 총장의 귀국 첫 언급은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이 될 것이라고 한다.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귀국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한 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은 "박연차 관련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반 전 총장이 일성(一聲)으로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이후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자택이 있는 사당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 신고를 하는 것으로 공식일정을 개시한 뒤 대구 서문시장, 부산 유엔묘지, 전남 진도 팽목항, 경남 김해 봉하마을, 광주 5.18 민주묘지 등 국민 통합의 상징적 장소를 찾는 광폭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은 외교부 장관과 유엔의 수장을 지낸 거물급 인사이긴 하지만 정치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정치 신인은 기존의 '정치 악습'에 물들지 않았다는 참신함이 장점이나 제대로 검증받지 않았다는 단점도 있다. 국내 정치 경험이 없는 반 전 총장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직면할 수많은 선택들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뉴 DJP 연합', `제3 지대론', '충청 대망론' 등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정치공학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대선 승부처가 될 수도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 패권을 기반으로 하는 이런 정치공학들에 함몰되거나 휘둘릴 경우 정치 신인이 갖는 장점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다. 반 전 총장이 과거식 정치와 차별된 원칙과 소신을 보여야 그가 갖는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새겨야 할 것이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하자마자 '박연차 의혹'부터 해명하겠다고 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무수한 의혹 제기를 비켜갈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반박하고 대응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나아가 사전에 내부 점검을 통해 본인은 물론 주변도 문제 될 게 없는지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동생인 기상 씨와 조카 주현 씨가 뉴욕 현지법원에서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고 하니 이도 전모를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다만 과거 대선에서 흔히 등장했고 당락에도 영향을 미쳤던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에 대해선 정치권에서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 명운을 가를 대선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런 군불때기식 의혹을 살포하는 행위에 대해 특히 엄정한 법적 잣대를 적용하는 방안을 공론화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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