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도연 이승환 기자 = "한 달 수입의 모두가 아이들 학원비로 들어갑니다."
12일 '사교육의 메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만난 학부모 상당수는 이처럼 아이들의 사교육에 소득의 대부분을 쏟아붓는다고 하소연했다.
월수입이 500만 원을 조금 넘는 회사원 이 모(50) 씨는 "고등학교 3학년생인 딸과 2학년생인 아들의 사교육비로 한 달에 500만 원을 쓴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입의 대부분을 자녀들의 사교육에 쓰다 보니 다른 생활을 위해 매달 100만 원 정도를 은행으로부터 따로 대출까지 받고 있다.
이 씨의 자녀들은 과목당 3~4시간짜리 1회 수업료가 7만~8만 원 수준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학원에 다니는데, 학원비는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5천~1만 원씩 오른다고 했다. 1주일에 한 번씩 한 달에 네 번만 수업을 받아도 학원비가 28만~32만 원, 1주일에 두 번씩 여덟 번 수업을 받으면 56만~64만 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 애들 다니는 학원의 수업료가 대치동 학원의 평균 수준"이라며 "더 비싼 곳도 많다"고 전했다.
"대출까지 받아가며 그렇게 학원을 꼭 보내야 하나"라는 질문에 이 씨는 "다른 집 애들은 다 학원에 다니는데 우리 아이들만 안 보내면 불안하니까 빚을 내서라도 학원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김 모(48·여·대치동) 씨도 "작년보다 사교육비가 35만 원 이상 늘어나면서 살림은 더 어려워졌지만, 자식 미래를 생각하면 안 쓸 수가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김 씨의 딸에게 한 달 국어 학원비 40만 원, 수학과 영어 과외비로 각 150만과 50만 원이 들어간다. 각 수업은 주 1~2회, 1회 수업 시간은 2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같은 대치동의 강 모(48·여) 씨도 고등학생 자녀의 한 차례 수업에 6만~7만 원의 학원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강 씨는 "대치동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200명 정도의 학생이 모여 함께 듣기 때문에 수업 질은 떨어지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여력이 있다면 더 비싼 학원에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남편 수입으로 학원비를 내는데, 아무리 부담이 돼도 학원비는 절대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학원비를 내기 위해 옷이나 영화 등 문화생활 비용을 줄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비싼 사교육의 힘으로 입시 관문을 통과해도, 학원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는 마찬가지다.
대학에서도 스펙(취업용 특기·경력 등)을 쌓으려면 여러 종류의 학원을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 1~2가 대형 어학학원 밀집 지역에는 방학을 맞아 어학 자격증을 따려는 대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 어학원 앞에서 만난 대학생 최 모(24·서울 중랑구) 씨는 "HSK(중국어능력시험) 자격증을 따려고 중국어 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중국어를 특기로 취업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어학원의 수업료는 수업 수준과 강사의 유명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한 달에 10만~30만 원 선이었다. 아주 비싼 편은 아니지만, 수입이 많지 않은 대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최 씨는 "학원비는 매일반이면 한 달에 20만 원대, 이틀에 한 번씩 하는 수업이면 10만 원대"라며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어학원 로비에서 만난 대학 휴학생 이 모(28) 씨도 "학원 수강료를 모두 부모님께 받아서 내는 만큼, 손 벌리기가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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