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담뱃세 인상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 감사결과 공개
매점매석 고시 관리부실 기재부 공무원 2명 징계 요구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정열 기자 = 담배회사들이 담뱃값 인상 이후 쌓아둔 재고품을 팔아 7천900억원의 '꼼수' 폭리를 취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담배회사의 부당이득을 국고로 환수하지 못했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2일 이러한 내용의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담뱃세 관련 감사에 대한 추가 조사다.
당시 감사원은 담배업체들의 재고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기획재정부와 부당이득을 취한 KT&G에 대해 추가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재고차익이란 담배제조·유통회사들이 담뱃세 인상에 앞서 출하한 담배를 인상 이후에 판매하면서 얻게 된 세금 차액을 의미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담배회사들은 지난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발표를 앞두고 재고량을 급격하게 늘렸다. 담뱃세 인상 전에 재고를 늘린 뒤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재고차익을 얻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재고차익을 환수하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담뱃세 인상 관련 법안을 시행했다.
특히 기재부 업무 담당자들은 다른 부서로부터 재고차익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도 시간이 부족하고, 과다한 징수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련 부칙을 개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 미비로 환수하지 못한 재고차익은 7천900억여 원에 달한다.
매점매석 고시에 대한 관리에도 허점이 많았다. 매점매석 고시는 담배 제조사 등이 과도하게 담배 재고를 늘려 폭리를 얻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기재부는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추진을 핵심으로 하는 '범정부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매점매석 고시 시행 계획을 사전에 공개, 담배 제조사들이 고시 시행 이전에 담배를 집중적으로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주요 담배 제조사 3곳은 고시 시행 직전 하루 이틀 동안 평소보다 5.7배∼22.9배 많은 담배를 집중적으로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뱃세는 담배를 보관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법적인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기재부는 매점매석 고시가 시행에 들어간 이후에도 반출량에 대한 실사를 벌이지 않았고, 일부 담배회사 반출량을 조작하거나 기준량을 초과해 담배를 반출하는 등 고시를 위반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담당 공무원 2명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내리라고 기재부에 통보했다.
담배시장 점유율 61.68%를 차지하고 있는 KT&G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이익을 얻은 사실도 드러났다.
KT&G는 담뱃세가 인상되기 전인 2014년 유통망에 미리 반출한 담배 2억여 갑의 소매점 인도 가격을 83% 인상, 3천300억여 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해당 담배들은 담뱃세 인상 전에 반출이 됐고, 판매원가 변동 등 별다른 인상 요인이 없었던 만큼 가격을 올려서는 안된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KT&G의 담배 가격 인상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상품 가격을 현저하게 상승시킨 것으로,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KT&G는 기재부의 매점매석금지 고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등 당시 관련 법령을 준수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며 담뱃세 인상 등 정부 정책과 관련 법령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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