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에 심야까지 열어…김연진 관장 "첫째도, 둘째도 관객"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학동 사거리에서 압구정로데오역 방향에 거대한 8층짜리 신축건물이 들어섰다. 철문을 열면, 널찍한 로비에 각양각색의 구조물들과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작년 12월 중순 문을 연 이곳 케이(K)현대미술관은 전시공간으로 쓰이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면적만 4천300㎡(1천300평)에 달한다.
전통적인 화랑가인 종로 일대가 아닌 강남 한복판에 들어선 초대형 미술관은 낯선 존재다.
오후 6시면 문을 닫고 월요일에 쉬는 다른 전시공간과는 달리, 1년 365일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건물의 사실상 전체를 전시공간으로 채우는 시도도 개관전에 참여한 육근병 작가의 표현처럼 "모험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김연진(50) 관장은 11일 개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케이현대미술관의 경쟁자는 영화관"이라고 밝혔다.
"미술관은 작가나 연구자를 위한 공간도 아니고, 미술품을 소장하는 공간도 아닙니다. 공익적인 기능, 사회적인 책임이 강조되는 매우 독특한 공간이죠. 그 기능을 할 수 있으려면 관람객뿐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존재해야 합니다."
김 관장이 일반 대중을 위해 존재하는 미술관의 꿈을 꾼 것은 오래전 일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이영미술관을 운영하는 김이환·신영숙 부부의 딸인 그는 미국에서 미술사 공부를 마친 뒤 아버지와 함께 일했다.
미술관 건립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6년 전이다. 계획 수립에 3년, 모금에 2년, 대지 구입과 신축에 1년이 걸렸다.
그가 학동사거리 일대를 주목한 이유는 종로구 사간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주변의 2배에 달하는 9천여 명의 일일 유동인구에 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 여가를 즐기는 젊은이, 관광객 등 주변을 오가는 사람 중에서 주중 3천 명, 주말 6천 명만 들른다면 대중 미술관의 존속이 가능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케이현대미술관에서는 개관을 기념해 2개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1층은 '로비스트 쇼'라는 틀 아래 작가만 바꿔 소개하는 공간 겸 카페로 짰다.
작품 옆에서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 작품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해 미술과의 친밀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비포 더 비기닝 앤 애프터 디 엔드'가 열리는 지하 1층과 지상 2~5층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하 1층에서는 샤머니즘과 불교가 결합한 토속신앙을 탐구했던 박생광(1904~1985)의 회화 '고행기'와 '열반기'가 어둠 속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풍기며 누워 있다.
20여 년 만에 일반에 공개됐다는 두 작품은 좀 더 생생한 관람을 위해 아크릴 보호장치도 씌우지 않았다.아울러 박생광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명성황후'도 만날 수 있다.
박생광과 홍경택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 지상 2층은 벽면 아래를 절개해 미술관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지상 3, 4층에는 통영 출신 화가 전혁림(1915∼2010)이 고향의 풍경을 그린 회화 '통영항'과 목기 연작 '뉴 만다라' 등이 전시됐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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