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뢰할 만한 파트너 아니었다"…대북-대중압박 한층 강화 시사
北, 이란과 함께 '적'으로 규정…"북핵문제 한국-일본 등 동맹과 협력"
한일 핵무장론에 "동의안해"…"미사일 격추능력 있지만 신중한 논의 필요"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국무장관 내정자인 렉스 틸러슨은 11일(현지시간) 북핵 문제를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강력 대처 방침을 밝혔다.
특히 중국의 대북압박 노력을 '빈 약속'(empty promise)이라고 규정해 대중 압박을 한층 강화할 것임을 내비쳤다.
틸러슨 내정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 모두발언과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틸러슨 내정자는 먼저 "이란과 북한과 같은 적들이 국제규범에 순응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그들은 세계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북한을 '적'으로 규정했다.
이어 "우리의 친구가 아닌 이들에게 자신들이 한 합의를 지키도록 책임을 물려야 한다"면서 "우리가 최근 그렇게 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우리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고 전 세계 '악당'(bad actor)들이 약속을 깨도록 고무시킨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의 국제합의 위반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면서 "특히 중국이 단지 제재이행을 피하려고 북한의 개혁(핵포기) 압박 약속을 한 것과 같은 빈 약속들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뢰가 깨졌을 때 이를 모른 척하는 것은 나쁜 행동들만 더 독려시킬 뿐으로, 이런 것은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이것(북핵 문제)은 중국이 우리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또 반대로 관계 약화를 위해서도 취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해 향후 대중 관계에서 북핵 문제를 중요 잣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틸러슨 내정자의 이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북구상을 대변하는 것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대북압박과 동시에 북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는 중국에 대한 압박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해 왔다.
그는 구체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관련 질문에 "제재에 구멍이 있다면 (그 구멍을 차단할)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 만약 중국이 유엔 제재를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그것(세컨더리 보이콧)이 중국이 제재를 지키도록 하는 적절한 방법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이날 북한 문제와 더불어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등을 포괄적으로 거론하면서 중국은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아니었다며 중국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의 현실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은 국제기준을 존중하지 않고 분쟁지역을 취하는 불법행위이고, 경제·무역관행과 관련해선 항상 국제합의 약속을 준수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지적 재산권도 훔치고 디지털 영역에서는 공격적이고 확장 주의적"이라면서 "중국은 또한 북한 억제를 위해 완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 믿을만한 파트너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아무렇게나 행동하려는 의지를 드러냈고 이는 때때로 미국의 이익과 상충했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희망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현실에서) 직접 목도하는 것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우리의 기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다만 "중국과 긍정적 차원의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양국의 경제적 안녕은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것"이라며 대중 관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철저한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 일본 등과의 대북제재 협력 방안에 대해 "한국과 일본 등 우리의 친구, 동맹들과 함께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우리의 약속을 잘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점증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일종의 '레드 라인'을 설정해 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역내 국가들, 특히 한국과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우리가 취하는 그 어떤 것도 그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대안, (가령) 우리에게 분명히 미사일 격추능력이 있지만 그런 능력과 관련해서는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것을 하나의 옵션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오늘 이 자리에서는 등록(결정)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한·일 '핵무장 용인론'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지구 상에 더 많은 핵무기가 있는 것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고, 사이버 해킹과 관련해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대하고 복잡한 위협은 사이버 안보일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틸러슨 내정자는 대(對)러시아 정책 등에 있어 트럼프 당선인과 입장차가 있다는 지적에 "트럼프 당선인은 매우 많이 열려 있고 나의 의견을 기꺼이 들으려 하고 존중한다"면서 "모든 시각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또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런 의견을 토대로)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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