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 구글맵서 권력층 지명 변경…부정축재ㆍ세습에 대한 불만 표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대통령궁은 '부패의 궁', 하원은 '좀도둑들의 전당'…
네티즌들이 구글 지도상의 지명을 바꿔 멕시코 집권층을 조롱했다.
11일(현지시간) SDP 노티시아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 주말 구글맵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거주하는 대통령궁인 '로스 피노스'가 '부패의 궁'으로 표기됐다.
구글 멕시코는 사용자에 의해 만들어진 부적절한 문구라고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조롱의 불똥은 정치권으로도 튀었다. 전날에는 하원의 구글맵 지명이 '좀도둑들의 전당'으로 변경됐다.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 궁전' 역시 '좀도둑들(부정직)의 궁전'으로 바뀌었다.
구글 멕시코는 대통령궁의 이름이 변경된 것은 해킹에 의한 것이 아니며 사용자의 편집 제안에 따라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구글맵 상의 지명을 바꾸려면 사용자나 제삼자의 편집 제안에 따라 쉽게 변경된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새해부터 최고 20%가 넘는 휘발유가 인상에 대한 반대 시위와 도로ㆍ철로 등 시설 점거가 이어지고 혼란을 틈탄 약탈 등이 발생했다.
반대 시위와 시설 점거 등이 확산한 데는 멕시코 집권층에 대한 서민층의 뿌리 깊은 불만과 불신이 깔렸다.
집권층이 부정부패를 통해 축재를 일삼으며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세습하는 행태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녹아 있는 것이다.
멕시코는 서구 선진사회처럼 능력에 따른 기회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아 '희망의 사다리'가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가정부의 딸로 태어나면 딸도 가정부로 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자조가 나오기도 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2013년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멕시코 응답자의 91%가 정당들이 부패하거나 매우 부패하다고 답했다. 83%는 의회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부정부패는 전체 공직 사회에 만연해 있다. 실제 멕시코에서는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소정의 뇌물을 주면 현장에서 해결된다. 일부 경찰은 외지 차량이나 운전자가 외국인이면 무조건 잡아 놓고 아예 대놓고 지갑에 있는 돈을 다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일반 관공서에서도 급행료를 주지 않으면 일 처리가 지지부진하다.
니에토 대통령은 부인 앙헬리카 리베라 여사가 연루된 잇단 부패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 수준인 20%대로 하락한 지 오래다.
리베라 여사는 니에토 대통령이 멕시코 주지사로 재직하던 2012년 1월 700만 달러(약 79억 원)에 달하는 고가 주택을 관급공사를 많이 수주한 업체의 담보를 토대로 부정하게 취득한 사실이 2014년 11월 현지언론을 통해 폭로된 바 있다.
작년 8월에는 리베라 여사가 관급 입찰을 준비 중인 업체가 소유한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 있는 205만 달러(약 22억7천만 원)짜리 호화 아파트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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