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유죄 인정하고 5조원 내기로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이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1천억 원)를 내기로 미국 법무부와 11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이 회사의 디젤스캔들에 관여한 전·현직 임원 6명은 기소됐다.
미국에서 2015년 9월 조작 사태가 처음으로 드러난 지 16개월 만이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는 세계적으로 1천100만대의 자동차에 실험실 테스트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조작장치를 탑재했다. 폴크스바겐의 임원들은 이 사안과 관련해 거짓말을 하고 자료를 파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앤드루 매카베 부국장은 "폴크스바겐의 최고위 임원들은 불법적 활동에 대해 알았지만, 오랫동안 규제 당국과 투자자, 소비자들에게 감췄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이 내게 된 43억 달러는 형사 환경 합의금으로는 미국 역사상 BP의 원유 유출 사고 다음으로 많다.
폴크스바겐은 앞서 대기오염 정화 비용과 차량 소유주, 딜러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지불하기로 한 175억 달러도 별도로 물어야 한다.
폴크스바겐은 또 합의에 따라 앞으로 3년간 외부 감사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내부 위원회도 설치하고 추가 차량 테스트도 하기로 했다.
연방법원에 제출된 합의안에는 조작 결정이 폴크스바겐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폴크스바겐 직원들은 디젤 스캔들을 은폐하기 위해 서류를 파기한 것이 드러났다.
한 관리자는 조작 소프트웨어를 일컫는 '어쿠스틱 펑션'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파일을 삭제하고 부하에게도 같은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관리자는 비서에게 컴퓨터 하드드라이브를 버리라고 지시했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안에서 약 40명의 직원이 수천건의 문서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환경청이 2015년 9월 폴크스바겐의 조작 사실을 처음 공개한 이후 회사 측은 내부 조사를 거쳐 다수의 삭제 파일을 복구해 이를 검찰에 제출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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