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없는 따뜻한 가족이야기, 작지만 단단한 힘 보여줘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람은 사람 때문에 산다.
KBS 2TV 수목극 '오 마이 금비'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의미와 그로 인한 기적을 따듯하게 조명하며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열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만큼, 결말은 소녀처럼 예뻤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5.6%. 경쟁작인 SBS TV '푸른 바다의 전설'이 18.9%니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그러나 청춘스타를 내세운 MBC TV '역도 요정 김복주'(5.2%)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겼다는 점은 '오 마이 금비'의 작지만 단단한 힘을 보여준다.
KBS 2TV에 어울리는 드라마였고, 청춘 로맨스에 집중된 수목극 시장에서 모처럼 다양성이 반짝이는 작품이었다.
◇ 가족이란 무엇인가
아동 치매인 니만피크병에 걸린 10살 소녀 금비가 자신의 가족을 찾고, 누군가에게 가족을 만들어주는 과정을 그린 '오 마이 금비'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생물학적 부모는 모두 금비를 버렸고, 금비가 찾은 가족은 피 한방울 안 섞인 아빠, 엄마였다.
자기가 낳은 멀쩡한 자식도 감당이 안 돼 버리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현실에서, 희귀병을 앓는 아이를 두 팔 벌려 끌어안는다는 것은 판타지로 다가온다.
그러나 '오 마이 금비'는 삼류 사기꾼 휘철(오지호 분)과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살던 강희(박진희)가 금비(허정은)로 인해 서서히 변화하고, 기꺼이 금비의 부모가 되겠다고 나서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리는 데 성공했다.
내 피붙이도 징글징글한 상황에서 피 한 방울 안 섞인 타인들이 결국엔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을 정화하고 포근하게 만들었다.
슬프고 힘든 이야기지만, 드라마는 적당한 스릴과 자극, 귀여운 웃음을 적절히 배합해 5~6%의 시청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지난해 KBS 2TV 의학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의 시청률이 2~3%까지 추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5~6%는 쉽지 않은 성적임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뚜렷한 스타가 없는 상황에서.
'오 마이 금비'는 평범하지 않은 가족을 이뤄낸 주인공들에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금비가 17살 생일까지 살아있는 '기적'을 선물하며 희망을 안겼다.
◇ 아역 허정은이 만든 기적
타이틀 롤을 맡은 실제 열살 꼬마 배우 허정은의 연기가 기적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희귀병을 앓는 금비를 끝까지 귀엽고 밝고 사랑스럽게 그려낸 허정은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시선 집중을 이끌었다.
'아역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기 잘하는 아역이 많은 요즘이지만, 허정은은 그중에서도 녹록지 않은 배역을 맡아 작은 고추가 매움을 보여줬다.
많은 대사량과 촬영분량을 소화해내면서도 어른스럽게 연기 톤을 유지했고, 씩씩한 모습으로 성인 연기자들을 자극했다. 그와 호흡을 맞췄던 오지호, 박진희, 오윤아 등이 이구동성 허정은의 연기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만 '오 마이 금비' 외에 '구르미 그린 달빛'과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출연하며 남다른 모습을 보여준 허정은은 연말 '2016 KBS 연기대상'에서 '청소년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허정은은 종영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래 진짜 건강한 사람이라 아픈 연기를 하는 게 어려웠다"며 "기운이 없을 때나 졸릴 때나 자고 일어나서 짓는 표정이 신기한 표정인 것 같아 그때 기분이나 표정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또 "금비가 니만피크 병 낫는 약을 찾아서 병이 다 낫고, 놀이동산도 가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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