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대중반응 분석…"감정이 기부 등 행동에 가시적 영향"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한 장의 사진이 백 마디 말보다 강하다."
지난 2015년 9월 터키 해변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시리아 난민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 한 장이 수십만 시리아 난민의 죽음보다 시리아 난민을 위한 기부금 모금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 미국의 과학 분야 연구기관인 디시전 리서치(Decision Research)가 적십자의 기부 현황 자료를 분석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쿠르디 사진 보도 이전까지 하루 1천건 미만이었던 기부금 접수 건수는 보도 이후 1만4천건으로 급증했다.
액수도 크게 늘어 보도 이후 일일 기부금은 이전보다 55배 많은 21만730달러(한화 약 2억5천266만원)로 집계됐다.
이런 경향은 인터넷 검색 트렌드에서도 확인된다.
쿠르디 사건 보도 후 구글에선 '시리아'와 '난민'이라는 단어 검색이 급증했다.
디시전 리서치는 "시리아의 끝없이 쏟아지는 사망자 수에 꿈쩍 않던 사람들이 쿠르디의 사진을 본 뒤 갑자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감정 반응'이 실제 기부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아르비드 엘란손은 정부나 자선단체가 모금을 위한 효과적 방법으로 이런 '감정 반응'을 겨냥해볼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렇게 갑자기 쏟아진 관심은 쉽게 사그라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엘란손은 "감정 반응은 쉽게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보니 '돕기 행동'의 급격한 증가와 감소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기 기부자 수는 큰 변화가 없다고 보고서를 집필한 폴 슬로빅 오레곤대 교수는 밝혔다.
쿠르디 보도 이후 매월 정기적으로 기부금 납부를 신청한 기부자 수는 10배가량 늘어났으며 이런 장기 기부 희망자 가운데 기부 의사를 철회한 사람은 0.02%에 불과하다고 슬로빅 교수는 덧붙였다.
최근 들어 재난에 고통을 받는 어린이들의 사진이 지구촌을 울리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작년 8월에는 시리아 내전의 격전지인 알레포에서 공습에 무너진 건물에 매몰됐다 구조된 피투성이 소년 옴란 다크니시의 사진이 반향을 일으켰다.
인종청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에서 진흙탕에 앞드려 숨진 채 발견된 소수민족 로힝야 아기의 사진도 마찬가지로 세계인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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