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끌림의 과학 = 래리 영, 브라이언 알렉산더 지음. 권예리 옮김.
첫사랑은 드라마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큰 사건이다.
첫사랑이 주는 깊은 만족과 보상의 경험은 인간의 뇌 구조를 재편한다. 성관계를 할 때는 애정, 쾌락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도파민이 분비돼 친밀감과 각인 효과를 낳고 사랑의 낭만성은 더욱 강화한다.
남자의 경우 사랑에 항이뇨호르몬인 바소프레신도 작용하며, 이 호르몬은 원래 영역 행동과 관련이 있다. 남자의 뇌에서는 짝짓기가 영역 행동의 연장선에 있는데, 남자들이 내 집, 내 아내, 내 여자친구 때문에 싸우고 칼부림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끌림의 과학'은 동서고금에 걸쳐 지상 최고의 가치로 숭배받고 찬미되어 온 사랑, 그리고 성에 관한 인간의 행동 뒤에 '뇌의 화학'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저자이자 사회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래리 영 에모리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랑을 화학물질이 미리 정해진 회로를 통해 신경 활동을 일으키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중독적이라는 것은 비유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마약처럼 중독된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약물로 우울증을 치료하듯 사랑의 감정까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막 이혼을 했거나 번지수를 잘못 찾아 짝사랑에 빠진 사람을 위한 백신이나, 악화된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부부나 연인을 도울 치료제를 약국에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새 이론이 사랑에 빠진 이들의 낭만적 분위기를 약화시킬까? 사랑의 호르몬이 줄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케미스토리. 360쪽. 1만5천원.
▲ 쌍둥인데 왜 다르지 = 팀 스펙터 지음. 이유 옮김
인간의 신체조건뿐 아니라 마음까지 많은 부분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이 최근 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일찍이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표현형의 범위를 동식물에서 인간의 사회·문화로까지 확장시킨 바 있다.
그렇다면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차이는, 너와 나의 차이는 단순히 유전자의 차이로 귀결되고 마는 걸까? 유전자의 압도적인 지배력 앞에서 인간의 혹은, 나의 자유의지가 발현될 길은 어디에 있을까?
'쌍둥인데 왜 다르지'는 이 같은 존재론적 물음에 답한다.
저자이자 세계적인 후성유전학 대가인 팀 스펙터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유전자의 지배력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로 인용돼온 일란성 쌍둥이 연구를 통해 '유전자 결정론'을 반박한다.
하나의 수정란에서 분열해 동일란 복제 유전자를 지닌 일란성 쌍둥이는 이론상 외모는 물론 성격, 건강상태까지 유사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고 이를 증명하는 실험들이 있었다.
하지만 스펙터 교수는 오히려 일란성 쌍둥이 사이의 차이점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유전자의 유전정보가 기계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 등 여러요인과 상호작용하면서 다양하게 발현되는 현상인 후성유전에 대해 설명한다.
이는 같은 유전자로도 환경과 그 환경을 선택하고 만드는 주체의 의지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니케북스. 42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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