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중재…英·그리스·터키 외무장관도 참석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유럽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키프로스가 12일(현지시간) 통일을 위한 평화회담에서 영토협상안을 놓고 남북 양측이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연방제 통일 국가로 가는 밑그림이 마련되는 셈이지만 영토 조정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협상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취임 첫 외국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를 찾아 회담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에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이 잡혀 회담 결과가 함께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영토 조정을 둘러싼 양측의 견해차로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성급한 결론을 기대하면 안 된다. 명료하고 확실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과 니코스 코치아스 그리스 외무장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 등 역사적으로 키프로스와 관련된 국가들의 외무장관도 후견국 자격으로 회담에 참석했다.
에스펜 바르트 아이더 유엔 키프로스 특사는 전날 남북 키프로스가 각각 주장하는 영토 범위를 놓고 결론에 근접했다며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리스계와 터키계로 나뉜 키프로스는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60년 독립했지만 1974년 터키군이 키프로스 북부를 점령하면서 분단국이 됐다.
협상 참석자들에 따르면 터키계인 북 키프로스 터키공화국은 영토 일부를 그리스계 키프로스공화국에 넘기는 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접경지대에 있는 모르포우의 반환 문제가 협상 진척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모르포우는 오렌지, 사과, 포도 등 과일 주산지로 과거 키프로스 철도 교통의 요지이기도 했던 곳이다.
1964년 '피의 크리스마스'로 불렸던 폭력 사태로 터키계 주민이 쫓겨났다가 분단 직후 그리스계 주민이 남쪽으로 쫓겨나 지금은 터키계가 다수가 됐다.
키프로스공화국은 이곳을 그리스계 주민의 정착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완전한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키프로스는 애당초 모르포우 반환은 고려하지도 않았던 사항이라며 맞서고 있다.
양쪽은 지도 제작자들까지 대동하고 9일부터 계속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이더 특사는 "역사적으로 정말 중요한 순간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이후 이번 회담까지 스위스에서 세 차례 만났지만 1%의 영토 조정 문제가 번번이 회담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번에 영토조정에 합의하면 키프로스는 2국가 연방제 통일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북키프로스의 무스타파 아큰즈 대통령은 순환 대통령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 체제는 연방제로 가닥이 잡힌 상황이다.
앞서 유엔은 2004년 코피 아난 사무총장 재임 때도 통일안을 마련해 제시했으나 그리스계 키프로스공화국 주민의 반대로 통일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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