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 선원 망보기 소홀…"충돌방지 경보시스템 꺼진 것으로 보고 조사"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해경이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대형 상선과 충돌한 어선에 탔다가 실종한 선원 4명을 사흘째 수색했으나 성과가 없다.
포항해양경비안전서는 12일 사고가 난 구룡포 동쪽 22마일 해상 일대에서 경비함정 6척과 어선 20척, 해경·해군 항공기 3대, 헬기 2대를 동원해 샅샅이 뒤졌으나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어선이 뒤집힌 해역에는 현재 초속 13m∼15m의 강한 바람이 불고 4m∼5m 높은 파도가 일어 풍랑주의보가 내렸다.
선체와 바다 밑을 수색하기 위해 잠수부 16명을 동원했으나 기상이 나빠 이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날이 어두워지면 항공기와 헬기는 일단 철수하고 경비함정과 어선이 조명등을 이용해 밤샘 수색을 한다.
사고 해역에는 오는 17일까지 기상 상태가 좋지 않다는 예보에 따라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실종자 가족들과 협의해 날씨가 좋아지는 대로 어선을 예인할 방침이다.
포항해경은 충돌 사고를 낸 209주영호 선장 박모(57)씨와 홍콩선적 인스피레이션 레이크호 선장인 중국인 추모(40)씨와 이등 항해사, 조타수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공해 상에서 두 선박이 충돌해 주영호 선원 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한 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은 상선 선장이 당시 자동항법 시스템으로 운항하면서 선원이 견시(망보기)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 어선 선장은 씨 앵커(물돛)를 내려놓고 배가 정지한 상태에서 상선이 다가오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두 배 모두 다른 선박이 일정 거리에 접근하면 경보음을 울리는 충돌방지 경보시스템이 당시 꺼져 있었던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선장 두 명이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증거를 분석하고 운항 부주의, 과실 여부를 따지고 있다"며 "공해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국내 처벌 여부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두 배는 지난 10일 오후 2시 5분께 구룡포 동쪽 22마일 해상에서 충돌해 어선에 탄 선원 7명 가운데 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했다.
주영호와 충돌한 상선은 원목을 실으려고 중국 장쑤성을 출발해 러시아로 항해하던 중이었다.
sh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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