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그를 아십니까?”

입력 2017-01-13 07:00  

“박종철, 그를 아십니까?”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이 말을 아십니까? 아신다면 아마 ‘박종철’이란 이름도 알 것입니다.' 박종철을 아시면 80년대 민주화의 과정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한창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거의 매일 서울 시내 곳곳에 최루탄 가스가 자욱하던 1987년 1월 14일,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이었던 박종철은 경찰에 불법 체포돼 조사를 받던 중 숨졌습니다. 그는 부산 출신으로 1965년생입니다. 살아 있으면 50대 초반입니다.

그가 숨진 곳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의 치안본부 대공분실이었습니다. 예전 서울 남산에 위치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나 육군 보안사령부 서빙고 분실(보안사)처럼 군사정권에서 반정부 인사들을 가혹하게 조사하던 곳으로 악명 높던 장소입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그가 고문을 받아 숨진 지 18년이 지난 2005년부터 ‘경찰청 인권센터’로 탈바꿈했습니다. 인권침해 사건과 인권차별 사례를 분석해 제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교훈의 장소로 매일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30년 전, 그는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했고, 놀란 공안당국은 조직적으로 사건의 전말을 은폐했습니다. 이때 나온 경찰의 해명이 지금도 유명한 ‘어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찰은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어이없는 해명으로 국민들의 의심과 분노는 더 커졌습니다.






결국 ‘진실의 힘’은 사건을 세상에 제대로 알렸습니다. 이후 시위는 더 격화됐습니다. 답답한 여름의 무더위가 심해질 무렵, 연세대 앞 시위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바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입니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박종철과 거의 동년배인 1966년생의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6월 민주항쟁은 더 크게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6.29선언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30년이 된 지금도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국가 권력은 올바르게 행해져야 하고, 국민 인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당위성입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을 좀 더 자세히 둘러봤습니다. 고문의 현장이었던 ‘509 조사실’은 당시 모습이 복원돼 추모의 공간이 됐습니다. 16개 조사실 모두 일반에 공개되고 있습니다.

4층은 박종철 기념전시실과 인권교육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기념전시실에는 1980년대 사회상과 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은 신문기사, 박종철의 옥중편지, 유품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박종철은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 묻혀 있습니다. 묘역에는 전태일, 김근태, 문익환 등 이름만으로도 한국 최현대사를 연상시키는 사람들도 함께 잠들어 있습니다. 이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70-80년대의 민주화와 산업화, 인물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로 올라가는 언덕에는 박종철을 추모하는 추모비와 흉상이 건립돼 있습니다. ‘민주화의 길’로 이름 지어진 지점입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를 몰랐던 후배들도 입학 후 이 앞을 지나치며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과 행적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14일)은 그가 사망한 지 30년이 되는 날입니다.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심판, 특검 조사로 시끄럽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이 겨울에 그의 죽음의 울림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srba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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