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안종범 수첩서 단서 포착…서 원장 소환조사 임박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전명훈 기자 = 최순실 '의료 농단'의 핵심 인물인 서창석(56) 서울대병원장이 대통령 주치의를 그만두고 병원장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원장의 취임 이후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병원인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진료의사에 위촉되는 등 특혜를 누렸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부탁을 받고 서 원장을 밀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을 조사하던 중 작년 3월 6일 기록에 서 원장의 이름이 적힌 것을 포착했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서 원장에 관한 지시를 내린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구두 지시를 잊지 않고자 업무 수첩에 빼곡히 기록해뒀다.
특검팀이 주목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서 원장의 이름을 언급한 시점이다. 2014년 9월부터 대통령 주치의 임무를 맡은 서 원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서울대병원장 공모에 지원하고자 작년 2월 25일 청와대에 사표를 냈고 같은 달 28일 수리됐다.
서 원장이 대통령 주치의를 그만둔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그의 이름을 거론한 것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서 원장이 서울대병원장에 임명되도록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주치의를 그만둔 서 원장은 서울대병원장 공모에 지원했고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후보 5명 가운데 3명을 추린 다음, 서 원장과 오병희 당시 병원장을 각각 1순위, 2순위로 교육부에 추천했다.
교육부는 서 원장을 단독 후보로 박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고 박 대통령은 작년 5월 23일 그를 임명했다. 이로써 서 원장은 역대 최연소 서울대병원장이 됐다.
의료계에서는 임명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주로 경력을 쌓고 본원 근무 경험은 짧은 서 원장이 서울대병원장에 오른 것은 파격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산부인과 출신이 병원장이 된 것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 때문에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서 원장이 박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어 서울대병원장이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라는 말도 나왔다.
서 원장은 병원장 권한으로 김영재 원장에게 각종 특혜를 줬다.
전문의 자격도 없는 김 원장을 작년 7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진료교수에 위촉하는가 하면 비슷한 무렵 김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가 운영하는 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성형 봉합사를 서울대병원 의료 재료로 등록했다.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 정부 지원금 15억원을 받는 봉합사 연구 용역을 따내는 데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의료진이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씨가 대한민국 대표 대학병원인 서울대병원을 틀어쥐고 의료 농단을 자행하는 데 서 원장이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모든 것은 박 대통령의 영향력 때문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서 원장은 작년 9월에는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논란 한복판에도 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서 원장이 당시 청와대에 수시로 상황 보고를 했다며 12일 그를 특검팀에 고발했다.
특검팀은 서 원장과 김 원장을 포함한 최순실 의료 농단의 핵심 인물들을 곧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