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공약' 껍데기만 남나…장관후보자들 잇따라 '반기'

입력 2017-01-13 01:03  

'트럼프 대선공약' 껍데기만 남나…장관후보자들 잇따라 '반기'

동맹조정·親러시아·물고문 부활·멕시코 장벽·무슬림 제한·TPP파기 모두 반대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택한 각료 후보자들이 상원의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그의 핵심 강경정책들에 잇따라 반기를 들고 있다.

국무와 국방, 법무, 국토안보 등 주요 장관 내정자들이 11∼12일(현지시간) 열린 관련 상임위의 청문회에 출석해 동맹 재조정과 물고문 부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기, 무슬림 입국 제한, 친(親) 러시아 정책 등 외교와 안보, 경제 전 분야에 걸친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대선공약에 대해 작심한 듯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

단순히 청문회 통과를 위한 전략이라기보다는 소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 '트럼프 정책'이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을 가진 중부군 사령관 출신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내정자는 12일 상원 군사위가 주관한 인준청문회에서 "우리는 국제적 동맹과 안보 협력을 껴안아야 한다"며 "강한 동맹과 함께하는 국가들은 번영하고 동맹이 없는 국가들은 약해진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 기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며 나토 동맹국이 공격받더라도 자동으로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 등 취임 시 동맹의 틀을 재조정할 수 있다며 '신(新) 고립주의'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매티스 내정자가 국방장관이 되면 자신의 시각을 바탕으로 안보정책을 다룰 것을 시사했다"고 풀이했다.





석유회사 엑소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러시아를 적국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의 해킹을 통한 미 대선 개입을 사실상 인정하는 등 러시아의 위협을 경고함으로써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강조한 트럼프 당선인과 다른 입장에 섰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했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방어용 무기를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파기를 공언한 TPP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NN은 "틸러슨의 이러한 입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취한 입장과는 어조나 실체에서 모두 대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도 청문회에서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waterboarding) 부활과 무슬림 입국 제한 등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기간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무슬림 입국을 일시 제한할 수 있다던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에 대해 "미국인은 종교적 자유와 신념을 행사하는 권리에 대한 위대한 신봉자"라며 "이들의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믿지도,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 워터보딩은 조지 W.부시 정권 이래 불법이라고 명확히했다.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 역시 워터보딩을 포함한 고문을 금지한 미국법을 절대적으로 지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멕시코 장벽 설치'에 대해서도 "물리적 장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여러 겹의 방어가 필요하다"고 밝혀, 남미 국가들과 힘을 합쳐 마약 및 인신매매와 싸우는 전략을 택할 것을 시사했다.







sh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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