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 땅에 들어온 쿠바인들을 비자 없이도 합법적인 주민이 되게 해주는 이른바 '젖은 발, 마른 발(wet foot, dry foot)' 정책을 폐기한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이번 정책 폐기는 곧바로 발효된다.
이 결정은 쿠바 당국이 미국에 도착한 쿠바인들을 다시 데려가도록 합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미국과 지난 몇 달간 진행해온 협상 끝에 나온 것이다.
미국과 쿠바 양국은 이날 늦게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쿠바가 귀환된 이민자의 처우를 보장하지는 않았지만, 귀환 시 박해받을 우려가 있을 때는 정치적 망명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현행 이민정책은 미국으로 들어오려다 해상에서 붙잡힌 쿠바인은 돌려보내되, 미국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이민자는 합법적인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은 1995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 의해 보다 개방적인 이민정책의 변형된 형태로 도입됐다.
쿠바 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이민자 특혜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수많은 쿠바인들이 이런 정책 때문에 위험을 무릅쓴 채 탈출을 시도하고, 이로 인해 쿠바 내 전문인력의 유출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과 쿠바가 수십 년간의 냉전관계를 종식하고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2015년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쿠바 수도 아바나를 방문했다.
미 국토안보부 통계에 의하면 2012년 10월 이후 11만8천명 이상의 쿠바인들이 미국으로 들어왔다. 특히 2016 회계연도(9월 만료)에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4만1천500여 명의 쿠바 이민자가 남쪽 국경을 통해 유입됐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정부에서 25만 명이 넘는 쿠바인들이 합법적인 영주권을 부여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쿠바와의 관계에서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어 집권 후 이민정책의 변화를 되돌려놓을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