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총기폭력지대에 성인용 트라우마센터 내년초 개원

입력 2017-01-13 09:08  

美시카고 총기폭력지대에 성인용 트라우마센터 내년초 개원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의료 사각지였던 미국 시카고 남부의 만성 총기폭력지대에 성인전용 중증 외상치료 센터(트라우마센터)가 30년 만에 문을 연다.

12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대학 부속병원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던 이 트라우마센터를 내년 초 재개원할 예정으로, 최근 텍사스대학 부속병원 부원장 겸 최고의료책임자(CMO) 셀윈 로저스(50) 박사를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로저스 박사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빈민가 출신으로, 하버드 의대와 밴더빌트 공중보건대학원에서 '인종과 출신국, 사회경제적 지위가 건강관리 및 수술 결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수술 전문의이자 트라우마 치료·공중보건 전문가인 그는 앞으로 총 3천900만 달러(약 460억 원)가 투입될 시카고대학 부속병원 트라우마센터 개발을 주도하고, 개원 후 센터장에 오르게 된다.

시카고에서는 지난 한해 4천300여 명이 총에 맞아 7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 대부분은 저소득층 흑인들이 밀집해 사는 시카고 남부에 집중돼 발생했다.

하지만 시카고 남부에 이들의 치료를 전담할 의료시설이 없다. 시카고대학병원은 현재 16세 이하 유소년을 위한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성인전용 센터는 29년 전인 1988년 문을 닫았다.

광역자치단체 쿡카운티가 운영하던 '마이클 리스 종합병원'마저 1991년 폐원한 뒤로 시카고 남부 주민들은 사고가 나면 앰뷸런스에 실려 최소 16km 이상을 가야 했다. 사고 발생 시 생존률이 낮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시카고에 성인 전용 트라우마센터가 4곳 있으나 2곳은 북부, 2곳은 서부에 소재한다.

총기폭력지대 주민들과 성직자, 지역사회 운동가들은 시카고대학에 트라우마센터 재개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5년 이상 청원운동과 지속적인 시위를 벌여왔다.

대학 측은 애초 고비용 사업인 트라우마센터 운영 책임을 대학이 단독으로 떠안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연방 당국이 2015년부터 2016년 봄까지 실시한 '의료기관의 지역사회 필요성 충족도' 평가 결과, 시카고 남부 주민들이 만성화된 도시 폭력으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의료기관의 도움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 결국 2억6천900만 달러 규모의 병원 시스템 확대 프로젝트에 트라우마센터 재개원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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