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출신의 9살 무슬림 소녀가 쓴 편지에 자상하고도 감동적인 답장을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인도네시아 일간 자카르타 포스트는 미국 버지니아주 비엔나에 거주하는 아딘다 라니아(9·여)가 지난 6일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친필 사인이 담긴 답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편지에서 "미국은 다양한 출신과 신념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고향"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내 반(反) 무슬림 정서 확산에 불안해하는 아딘다를 다독였다.
그는 "외모나 출신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누구나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뭉쳐 있다"면서 "이런 가치를 실천하고 법에 반영해 갈수록 우리는 더욱 잘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딘다에게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인 서니와 보의 사진도 함께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가족을 따라 미국에 이민한 아딘다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 과정에서 공격적이고 사회분열적인 발언이 난무하자 작년 9월 오바마 대통령에게 4장짜리 그림 편지를 보냈다.
아딘다는 "왜 사람들이 자꾸 나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 나라에 계속 있어도 되는지, 같은 학교에 계속 가도 되는 건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딘다의 학교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나치의 상징인 스와스티카(卍)와 '너를 보고 있다'는 글 등이 발견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딘다의 어머니인 현지 언론인 에바 마즈리에바는 "(오바마 대통령이) 딸의 편지에 답해줘서 정말로 감사한다"면서 "덕분에 아딘다는 미국이 자신에게 안전한 곳이라고 진정 믿게 됐다"고 전했다.
아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편지를 쓸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는 나쁜 말을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도 인도네시아와 인연이 깊다.
그는 미국 캔자스주(州) 출신의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하면서 어린 시절 4년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냈으며, 지금도 종종 당시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들은 그런 그가 2009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자 자카르타 시내에 '소년 오바마' 동상을 세우고 그가 살았던 집을 집중 조명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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