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단백질 흡수하고 배변 연동운동도 확인, 림프절은 미생성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연구팀이 인간 배아줄기세포(ES세포)나 인공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이용해 1~2㎝ 크기의 '미니 장(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국립성육(成育)의료연구센터 연구팀은 사람의 ES세포를 배양해 구조와 움직임, 기능 등이 진짜 장과 같은 미니 장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논문을 12일자 미국 임상연구학회지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인간의 장기와 거의 같은 기능을 갖는 미니 장(腸) 제작에 성공하기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연구성과는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 등 치료가 어려운 장 질환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은 섭취한 음식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한 다음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며 세균 등이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면역작용도 갖추고 있다. 그동안 ES세포나 iPS세포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상피 부분이 만들어진 적은 있지만, 근육이나 신경세포가 관계되는 장의 운동까지는 재현하지 못했었다.
연구팀은 세포가 입체적 조직으로 자라게 하도록 미세한 원형 접착면을 격자형으로 만든 배양접시에 사람의 ES세포를 넣고 성장을 촉진하는 3종류의 단백질을 투여하면서 배양했다. 1개월 후 원주형의 조직이 800개 정도 생겨났다. 다시 1개월간 배양하자 1~2㎝ 크기로 성장한 주머니 모양의 조직이 자연적으로 배양접시에서 분리돼 배양액에 떠 올랐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니 장'을 조사한 결과 수축해 음식물을 내려보내는 '연동운동'과 같은 움직임이 관찰됐다. 단백질과 수분을 흡수하는 사실도 확인됐다. 내부에는 사람의 장기와 마찬가지로 영양분을 흡수하는 융모 같은 돌기가 관찰됐다. 의료현장에서 쓰이는 액체 변비약을 투여하자 인간의 장기가 변을 배출할 때처럼 수축운동을 시작하고 반대로 설사약을 투여하자 수축운동이 멈추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사람의 iPS세포로도 같은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진 미니 장 조직에 혈관이나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림프절은 생기지 않았다.
연구책임자인 아쿠쓰 히데노리 생식의료연구부장은 "우선 약품의 효능 등을 평가하는 데 이용할 생각"이라면서 "환자의 iPS세포로 장을 만들어 병의 구조를 밝히는 한편 이식에 응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임상응용에는 1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한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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