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명박·박근혜' 잇는 보수후보로 묶어두기 전략
국민의당 "반기문, 보수정당과 손잡는 건 자기모순"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야권은 13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전날 귀국하며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당별로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불거진 반 전 총장의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해 도덕성 문제를 지적하며 검증 공세를 예고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나라를 총체적 난국으로 몰아간 사람들이 바로 반 전 총장 옆에 서 있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또 "반 전 총장의 귀국 직전 형과 사촌이 뇌물죄로 기소된 상황"이라면서 "다음 대통령도 도덕성에 의문 있는 사람이 후보로 거론된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냐고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의 데뷔전은 실패했다. 특별한 비전도, 새로운 내용도 없는 메시지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이 귀국 기자회견에서 '정치교체'를 언급한 데 대해 "정치교체보다 옆에 서 계신 분들부터 교체해야 할 것 같다. 그분들 면면으로 정권을 잡겠다고 한다면 턱도 없는 소리"라고 비꼬았다.
'박연차 23만달러 의혹'과 관련한 반 전 총장의 해명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현섭 최고위원은 "어제 반 전 총장은 23만달러 기자 질문에 음해라면서도 적극 해명하지 않고 회견을 마쳤다"면서 "(사실관계를) 깨끗이 밝히지 않으면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현안 서면브리핑에서 "반 전 총장은 '진보적 보수주의'라는 모호한 말 외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철학도 비전도 없어 실망스럽다.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며 검증을 피한다면, 국민의 환영은 그저 귀국 환영으로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이런 반응은 반 전 총장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뒤를 잇는 여권의 보수후보라는 프레임에 가두는 한편 반 전 총장의 대선행보를 봐가면서 본격적인 검증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최근 반기문 검증 TF(태스크포스)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은 실제 검증을 언제 본격화할지, 비판 수위를 어느 수준에서 조절할지는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민주당과는 태도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반 전 총장을 보수정권 후보로 서둘러 규정짓기보다는 정체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및 기자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 본인이 출마할지부터 결단해야 하고 여당 후보인지 야당후보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에 대한 갖가지 의혹에 대해 혹독한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모든 의혹이 깨끗하게 해소되지 않는 한 많은 문제점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근거없는 음해를 하고 한국에 침을 뱉어온 두 보수정당과 반 전 총장이 손을 잡는 건 자기모순"이라면서 "두 정당에 대해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미련을 접기 바란다"고 밝혔다.
양순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반 전 총장이 '정권교체 아닌 정치교체'를 주장했는데 국민적 열망인 정권교체를 부정한 발언은 그 저의를 의심케 한다"면서 "나라를 망가트린 '이명박근혜' 정권의 연장을 돕는 화려한 수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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