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체육회장, 경북도 공무원 출신 이재근 씨 내정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국가대표의 요람'으로 불리는 태릉선수촌장에 32년 만에 비경기인 출신이 임명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13일 이재근(67) 경북체육회 사무처장을 선수촌장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비경기인 출신이 선수촌 총책임을 맡은 것은 1985년 훈련원장에 취임한 김집 씨 이후 이번이 32년 만이다.
당시 체육회는 광복 이후 한국의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였던 고 김성집 씨가 1976년 11월부터 선수훈련단장을 계속 맡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선수촌을 국가대표 훈련원으로 격상하면서 김집 씨가 약 3년간 훈련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김성집 씨가 선수훈련단장을 1976년부터 1990년 4월까지 계속 맡았기 때문에 이때도 실질적인 선수촌 총괄 책임은 경기인이 맡았다.
그렇게 따지면 1970년대 중반 이후 40여 년 만에 사실상 처음으로 비경기인 출신이 태릉선수촌을 끌어가게 된 셈이다.
이재근 선수촌장 내정자는 1976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인물로 경북도 총무과장, 자치행정과장, 비서실장, 상주시 부시장 등을 역임했고 2009년부터 현재까지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을 맡았다.
경북도에서 33년간 공직을 수행한 이재근 선수촌장 내정자에 대해 대한체육회에서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선수 훈련을 지원해 행정과 체육 실무에 두루 밝은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체육회 측은 "선수촌장을 행정전문가로 기용한 것은 9월 진천선수촌 2단계 건립을 계기로 진천선수촌 시대를 맞아 행정수요 증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선수촌에 개방형 직위의 부촌장을 신설해 경기인 출신을 등용, 선수촌 행정과 선수 관리 업무를 분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대표들이 모여 훈련하는 선수촌 수장에 비경기인 출신을 내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체육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체육인은 "안 그래도 비경기인이 선수촌장이 된다는 소문이 있어서 우려했는데 그대로 됐다"며 "선수촌은 우리나라 체육의 상징과도 같은 곳인데 체육인이 외면받는다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원로 체육인은 "선수촌장은 행정적으로만 선수촌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여러 종목 선수들을 격려하며 다른 일반 직장과는 다른 분위기의 장소를 총괄해야 하는 곳인데 이번 조치는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체육인은 "행정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부촌장 직을 신설해 거기에 행정전문가를 앉히면 될 일"이라고 국가대표 양성소에 비체육인이 총책임을 맡도록 한 인사 결과를 비판했다.
체육회는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선수촌장 내정자에 대한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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