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華爲)가 러시아 극동의 사할린과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잇는 통신망 사업을 수주했다. 이 섬들의 영유권을 주장해온 일본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3일 중국 관영 환구망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의 국영 유선통신사인 로스텔레콤은 최근 화웨이가 사할린과 쿠릴열도 3개 섬 사이에 해저 광케이블을 부설하는 통신망 프로젝트의 조사설계 사업을 낙찰받았다고 밝혔다.
사할린 남단에서 쿠릴 4개 섬 가운데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3개섬을 잇는 940㎞의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공사로 화웨이는 사업 타당성 조사와 통신망 설계를 맡게 된다.
이는 중국 기업이 처음으로 러시아 정부가 쿠릴 4개 섬에서 추진하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화웨이는 앞서 인터넷 통신망 구축이 낙후돼 있던 러시아 극동의 마가단주(州), 캄차카주, 사할린 사이에서 로스텔레콤이 추진하던 해저 광케이블 부설 공사를 맡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쿠릴열도를 광케이블로 잇는 사업 역시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화웨이가 최종 수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현지 쿠릴열도 주민 사이에서 취약한 통신 환경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서둘러왔다.
화웨이의 이 같은 사업수주는 러시아와 일본간 쿠릴 영토 문제 해결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구랍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을 갖고 쿠릴 영토문제는 언급하지 않는 대신 쿠릴 4개 섬에서 공동 경제활동에 합의한 바 있다.
일본은 특히 중국, 한국 등 제3국의 기업이 쿠릴 4개 섬에서 사업을 벌이는데 경계심을 보여왔다.
러시아와 일본은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의 쿠릴열도 가운데 남쪽에 있는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쿠릴 4개 섬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쿠릴열도를 실효지배하는 러시아는 열도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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