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멍에' 박현준 "유혹받으면 부모님 생각하라"

입력 2017-01-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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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멍에' 박현준 "유혹받으면 부모님 생각하라"

프로야구 신인들에게 "날 보면 많은 것 느낄 것…유니폼 오래 입어라"

감정 북받친 듯 10분 만에 강연 마무리하고 교육장 떠나




(대전=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프로야구에서 영구제명된 박현준(31·전 LG 트윈스)이 신인 선수들에게 "유혹을 뿌리쳐라"라고 간절히 당부했다.

박현준은 13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2017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 강연장에 섰다.

2011년 승부조작 가담으로 KBO리그에서 영구 실격된 이후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였다.

이날은 올해 프로야구 선수로 새 출발 하는 10개 구단 신인 선수 130명이 모인 자리였다.

박현준은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나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여기 오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는 그런 의무가 있다. 저는 KBO 소속이었고,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그 선례를 제가 지워야 한다"며 어렵게 이 자리에 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신도 2009년 이런 신인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이 자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이 이날 맡은 강의 내용은 '부정방지 교육'이었다.

박현준은 "제가 준비한 내용은 크게 없다"며 "여러분이 절 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야구선수가 아닌 부정방지 선례로서 마이크를 잡게 된 자신의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박현준은 신인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가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니폼을 오래 입어라. 여러분들이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현준은 "승부조작? 되게 가까이에 있다. 여러분의 동료 선수들, 또는 어렸을 때 같이 운동한 친구들에게 승부조작을 부탁받을 수도 있다"며 "뿌리쳐야 한다. 그러지를 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까운 주변에서 유혹의 손길이 뻗어오는 만큼 이를 거부하는 일이 어려울 수도 있다. 박현준은 마음을 강하게 먹는 방법도 알려줬다.

그는 "여러분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여러분 중 90% 이상이 힘들게 운동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인만 힘들겠는가. 부모님이 힘들게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그것을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는 짓이다"라고 밝혔다.

박현준은 "저도 많이 후회한다. 왜 그랬을까. 여러분은 저 같은 후회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부탁했다.

사소한 장난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현준은 "서로 친구니까 이런 것도 많이 해봤을 것이다. '직구 하나 던져줄게. 너 하나 쳐라' 이런 것도 안된다"고 경각심을 높였다.

그는 "이제 언론에 제 이름이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선례를 남긴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그는 "되게 불편하다. 이름 언급될 때마다…"라고 털어놨다.

박현준은 "다시는 제 이름이 안 나오게 해주기를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여기까지"라고 말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박현준은 이날 30분 동안 교육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말하면서 감정이 복받쳤는지 10분 만에 강연을 마치고 서둘러 교육장을 떠났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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