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만원짜리 6만원에 사서 환호했는데…다음날 업체의 거래취소

입력 2017-01-17 06:16  

189만원짜리 6만원에 사서 환호했는데…다음날 업체의 거래취소

가격 잘못 고시하고는 취소…무책임한 기업 행태에 소비자 불만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회사에 들고 다닐 토트백을 찾아 인터넷 판매 사이트 여러 군데를 돌아보던 A씨는 최근 특별 세일을 시작했다고 광고하는 한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눈이 번쩍 띄였다.

통상 2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미국 인기브랜드 '필슨' 토트백이 8만원대로 떨어진 것이다.

급하게 결제를 마친 A씨는 직후 이 토트백이 품절된 것을 보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으나, 다음날 일방적인 환불 통보 문자에 황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해외구매대행업체 사이트에서는 연초 최대 80%의 특별 세일을 진행하면서 일부 품목의 가격을 매우 저렴하게 표기했다.

원 판매가가 188만8천400원인 노비스의 패딩 야테시는 6만4천800원에, 25만1천500원에 팔리던 필슨 토트백은 8만4천800원으로 가격이 표시됐다.

이밖에 꼼데가르송과 라벤햄 일부 제품 등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고지됐다.

이 소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고, 사람들이 몰리자 일부 품목은 바로 품절됐다.

특가에 구매했다는 기쁨도 잠시, 다음날 이 업체는 "상품의 가격에 오류가 있어 부득이하게 취소 처리될 예정이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문자와 함께 일방적으로 몇개 품목 구매를 취소했다.

이 소식에 일부 구매자들은 "회원을 늘리기 위한 큰 그림인가", "품절될까봐 조마조마해가며 샀는데 환불이라니"라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애초에 너무 싸게 나와 오류일 것 같았다"며 체념하는 구매자들도 많았다.






판매자 실수 혹은 판매 시스템 오류로 인터넷에서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속수무책으로 강제환불 당하는 경우는 많다.

지난해말에는 베네수엘라 MS 스토어에서 윈도 10과 오피스를 국내 판매가의 2%미만인 4천원대에 살 수 있다는 소식이 퍼져 많은 국내 사용자들이 구매했으나 결국 며칠 후 취소당했다.

이 때문에 강제 환불처리 받은 구매자들을 대신해 한 법률사무소가 이달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와 한국 MS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법률사무소는 "다운로드 방식 소프트웨어(SW) 판매에 대한 약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니 강제 환불은 합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015년에는 글로벌 기업 델사의 특별할인가 30여만원대 모니터가 쿠폰을 중복 적용하면 13만원 가량까지 할인돼 구매 대란이 일었다.

델은 사흘간 이 가격을 유지했고, 나흘째 오전이 돼서야 주문을 전량 취소한다고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실수로 인한 손해를 고객들을 위해 감수한 기업도 있다.

2014년에 SPC는 10시간가량 해피포인트 애플리케이션에서 3만5000원 상당의 파리크라상 크리스마스 케이크 기프티콘 가격을 8천원으로 잘못 표기했다.

그사이 수천장이 팔렸고, SPC 측은 2천만원 상당의 피해를 봤으나 이미 팔린 쿠폰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매를 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대개의 경우 '죄송하다'는 말과 환불 처리가 끝인 경우가 많다.

업체들은 '명백한 오기나 실수의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부 규정을 내세우기도 한다.

일방적으로 한쪽에 유리한 약관은 성립되지 않지만, 이같이 실수로 인한 가격 표시는 민법상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간주돼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이기기 쉽지 않다.

서울중앙지법은 2002년 "의사표시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이를 취소할 수 있는데, 매매 가격 사이에 100만원 가량의 차이가 나는 것은 이에 해당한다"며 "많은 물건을 한꺼번에 게시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잘못 표시한 것이 판매자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판매자는 청약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선고한 바 있다.

다만 정부가 운영하는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통해 보상받은 사례는 종종 있다.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는 직원의 실수로 가격을 잘못 표기한 인터넷 쇼핑몰이 구매를 일방적으로 취소해 구매자가 이의를 신청하자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을 이유로 구매 제품 정가(58만9천원)의 10% 상당인 6만원짜리 쇼핑몰 쿠폰을 구매자에게 주라고 한 바 있다.

가격 오기 후 구매를 취소하는 과정에서 구매자에게 구체적인 이유를 알리지 않는 등 실수를 한 쇼핑몰에는 구매자가 결제한 24만2천원의 20∼30%을 배상해주는 것이 적절하다며 쇼핑몰이 앞서 구매자와의 합의 과정에서 제시했던 배상액 10만원을 구매자가 받아들이라고 조정했다.

kamj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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