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대비 분담금 비율 일본과 비슷…독일보다 크게 높아
카투사 운영비·미국산 무기 구입비 등 '지갑' 충분히 열고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정부는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하면 객관적 수치가 기록된 '방위비 지출 장부'를 꺼내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취임하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미 국방장관 내정자인 제임스 매티스는 12일(현지시간) 국회 청문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추가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이 철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할 때 더 강하다"면서 "마찬가지로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도 그들의 의무를 인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군 철수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치면서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정부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율이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며, 카투사(주한미군 배속 한국군) 운영비와 미국산 무기 구매비 등까지 고려하면 이미 지갑을 충분히 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3년 내놓은 '한국·일본·독일의 방위비 분담금 비교' 용역 연구보고서를 보면, 방위비 분담금은 2012년 기준으로 한국 8천361억원, 일본 4조4천억원, 독일 6천억원 수준이다.
절대 액수는 일본이 우리보다 5배 높지만, 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규모는 한국이 0.068%, 일본이 0.064%로 거의 비슷하다. 독일은 절대 액수도 우리의 2/3 수준이며, GDP 대비 규모도 0.016% 수준으로 우리보다 훨씬 낮다.
우리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2.40%로, 일본(1.00%)이나 대만(1.98%), 영국(2.05%), 독일(1.09%)보다 높다. 1인당 국방비도 681달러로 일본(323달러)과 대만(438달러)을 크게 웃돈다.
미군 주둔국 가운데 한국에만 있는 카투사에도 연 100억원 안팎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카투사는 주한미군 부대에서 미군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군으로, 올해는 2천3명을 선발한다.
이들에 대한 인건비 등 카투사 운영을 위해 2013년 80억원, 2014년 86억원, 2015년 98억원 등이 분담금과는 별도로 국방 예산에서 투입됐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아니지만,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는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여년 간 미국에서 36조360억원어치의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는 무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미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F-35A 전투기(7조4천억원)와 F-15K 전투기 2차 구매(2조3천억원), KF-16 성능개량(2조1천억원), AH-64E 아파치 헬기(1조9천800억원)와 공중조기경보기(1조6천억원) 도입, 이지스함 전투체계(1조8천억원) 구매, 패트리엇 미사일 성능개량(1조3천800억원), 함대공유도탄(1조3천억원)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 측에 객관적이고 다양한 숫자를 바탕으로 우리의 기여가 적지 않다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주한미군이 일차적으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기 위해 주둔하고 있지만, 한반도를 넘어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너무 방어적으로 나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칫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한미 간에 파열음이 생긴다면 파장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부분 인상을 각오하고 차라리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게 한미동맹을 탄탄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처음에 무조건 '안된다'고 했다가 조금씩 양보하기보다는 '최대한 해주겠다'고 긍정적으로 나온 뒤 우리의 현실적 여건을 설명하는 방식이 낫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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