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이번 영화에서 솔직히 제 얼굴과 목소리가 너무 많이 나와서 부담이 됐죠.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서 '다음 작품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조인성은 전날 '더 킹' 시사회에서 완성본을 처음 본 뒤 마음의 부담을 조금은 덜어낸 듯했다.
'더 킹'은 평범한 검사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실세 검사 한강식(정우성)을 만나면서 겪는 희로애락 등을 그렸다. 조인성과 정우성을 투톱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조인성이 맡은 태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요즘 영화들은 멀티캐스팅이 대부분인데, 이 작품은 태수의 촬영 분량이 100회차가 넘습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미있기는 한데, 고생길이 훤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또 이 작품을 찍고 나서 지금의 제 위치마저 유지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죠."
조인성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고교생에서부터 40대 검사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특히 직접 화자가 돼 내레이션한다.
조인성은 "작품 자체의 메시지가 강했다"면서 "제가 너무 세게 연기하면 관객들이 지칠 것 같고, 가볍게 연기하면 무게감이 덜할 것 같아 중간 지점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더 킹'은 '관상'(2013)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당초 현실 풍자를 염두에 두고 기획했지만, 최근 시국과 맞물리면서 공교롭게 현실을 반영한 영화로 바뀌었다. 시사회에서 이 작품이 공개된 후 일각에선 주인공 한강식과 박태수의 캐릭터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영화는 실제로 전두환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이어지는 시대적 배경 속에 정치검찰로 대변되는 권력 실세들의 모습을 비판적 시각으로 담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미소 짓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모습 등 실존 인물에 대한 다양한 자료 화면이 삽입돼 있다. 한재림 감독은 지난 12일 시사회에서 "탄핵장면은 당초 시나리오에도 있었다"며 "대통령들이 바뀌면서 등장인물들이 권력의 정점에 가는 동안 필요한 장면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있던 장면이고, 태수가 위기에 빠지는 지점과 맞닿아있어서 꼭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정치권력 풍자에 대해 "누구나 표현할 권리와 자유가 있지 않으냐"며 "그런 면에서 불안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 '괜찮아, 사랑이야'(2014),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등에 출연하며 TV 브라운관에서는 꾸준히 시청자를 만났다. 그러나 스크린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그는 "당초 영화 '권법'에 출연하기로 했었는데, 영화 촬영이 지연되면서 2∼3년이 지났고, 그 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 출연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2000년 드라마 '학교3'으로 데뷔한 조인성은 이제 연기 경력 17년 차의 중견 배우다. 마음가짐도, 연기도 한층 성숙해진 듯했다.
"20대 때는 잘 해보고 싶어서 저 자신에게 가혹했죠. 스스로 자학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도 많이 했죠.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었겠지만, 그때 제가 너무 가혹해서 저 스스로 짠한 마음은 있어요."
그러면서 "어렸을 때는 인기도 있고, 잘나가고, 광고도 많이 찍는, 어떻게 보면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했다. "생각해보니까 그런 것들은 모두 연기를 해서 얻게 되는 것이더라고요. 이제는 20대 때보다 편안하게 연기 자체가 하고 싶어요. 앞으로 연기를 계속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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