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한파에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주는 대신 숙박·음식점업은 늘어
"실직이 무리한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체계적 지원 필요"
(세종·서울=연합뉴스) 정책·금융팀 = 얼어붙은 고용시장의 한파는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점점 거세지고 있다.
반대로 숙박·음식업 등 상대적으로 생산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업종의 고용은 '반갑지 않은 증가세'를 보이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당장 4차 산업혁명, 저출산 고령화 등 중장기 과제가 산적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통계청의 최근 2년간 산업별 취업자 비중을 보면,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취업자의 비중은 2015년 1분기 17.49%에서 지난해 4분기 16.79%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비중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최근 들어 뚜렷해진 일자리 감소다.
지난해 12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1만5천명 감소해 7월 이후 6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감소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 6만 5천명 줄어들며 4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감소 폭이 10만명을 넘어섰다.
결국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5년보다 5천명 줄어들며 2009년(-3.2%) 이후 7년 만에 다시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제조업의 위기 징후는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한민국의 수출기지를 자부하던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산업생산은 2013년 2분기 이후 3년 넘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렇게 제조업이 쇠락하는 동안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비중은 8.45%에서 8.73%로 0.28%포인트 상승했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비중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비중은 2004년 이후 9%대를 상회하다가 꾸준히 감소해 2011∼2013년 7%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비중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 지난해 3분기에는 2008년 1분기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인 8.76%까지 올라섰다.
작년 12월 현재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봐도 제조업과 숙박·음식업 간 희비는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해 제조업 피보험자(취업자)수는 전년보다 400명 줄어 2009년 10월 이후 7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반면 숙박·음식업의 취업자 증가율은 9.8%로 전체 업종 중에서 가장 높았다.
실제로 최근 숙박·음식점업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치킨·피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가맹사업정보 통계를 보면 2011년 17만 개였던 가맹점 수는 5년만에 30% 가까이 늘어나 지난해 21만8천여 개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이후 매년 평균 7천여 개씩 늘던 가맹점 수는 2015년 이전 증가 폭의 2배에 가까운 1만3천900여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만여 개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와 숙박·음식점 취업자 수 증가가 상당 부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취업을 포기했거나 실직한 노동자 중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창업이 쉬운 숙박·음식점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생계형 창업이 늘어나면서 자영업 시장의 출혈 경쟁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5년 창업한 개인사업자는 106만8천명,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만 9천명이었다.
자영업자들의 일터가 생존율 33%의 잔인한 전쟁터로 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기 악화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이 무리한 창업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정상적인 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반(半)실업자가 많다"라며 "임금근로자였다가 실직한 사람들이 무리하게 자영업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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