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기계 상호작용이 핵심…뮤토스코프·슬롯머신·핀볼 등으로 발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으로 급속히 발전하는 요즘 디지털 게임의 가장 오래된 '조상'은 뭘까?
1972년작 '퐁'이나 1980년작 '팩맨' 등 초기 비디오 게임을 얘기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더 넓게 보면 게임의 원형은 동전을 넣으면 작동하는 '자판기'였다. 기계와 인간의 상호작용 속에 즐거움을 찾는 게임의 본질이 그때 시작됐다는 풀이다.
14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의 나보라 박사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장민지 연구원은 이런 내용의 '게임의 과거를 돌아보는 법'이란 KOCCA 보고서를 펴냈다.
나 박사팀은 보고서에서 1800년대 산업혁명이 본격화한 서구에서 다양한 자판기가 쏟아지면서 인간과 기계의 접촉이 일상이 되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자판기는 우표·사진·달력 등 상품을 팔 뿐만 아니라 잔돈을 바꿔주거나 문을 여닫는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며 대중의 색다른 즐길 거리로 부상했다.
1870년대에는 더 전문화된 동전투입식 오락기계가 등장했다. 당시 많은 오락기계는 돈을 넣으면 모형 배나 인형이 움직이는 것을 구경하는 등의 단순한 형태였지만 조작성이 복잡해진 별종도 나왔다.
후일 '원형적 상호작용성 기계'(proto-interactive machines)로 불리는 기기로, 레버를 당기면 릴이 멈추는 노름 장치나 크랭크를 돌려 성인물 등의 영상을 보는 '뮤토스코프' 등이 대표적 예였다. 사람이 기계를 만지면서 그 반응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플레이' 개념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호작용 기기가 밀집한 '오락장'은 20세기 초 보편화했다. 미국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창업주인 아돌프 주코가 1903년 뉴욕에 세운 오락장에는 점치기·말타기·총쏘기 등의 동전 투입 오락기 100여 대가 들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1907년에는 원조 슬롯머신인 '리버티 벨'이 미국에 출시돼 폭발적 인기를 얻었지만, 도박 중독 문제로 규제 된서리를 맞았다.
당시 빗발치던 사행성 논란에서 게임 업계를 구해준 주인공은 핀볼이다. 비교적 건전한 이미지로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은 핀볼은 1940년대 들어 비약적 발전의 계기를 맞는다.
바닥에 떨어지는 공을 사용자가 되받아 쳐올리는 장치인 '플리퍼'가 개발된 것이다. 친구끼리 플리퍼로 공을 얼마나 잘 치느냐를 겨룰 수 있게 되면서 핀볼은 1970년대 비디오 게임이 나올 때까지 30년 가깝게 대세 오락기계로 자리를 지켰다. 기계식 게임과 전자오락 시대 사이의 가교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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