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힘겨루기'…양측 모두 선제공격 거론

입력 2017-01-14 10:24  

김정은-트럼프 '힘겨루기'…양측 모두 선제공격 거론

전문가 "北, 대미 압박 강하게 시도…美, 채찍 세질것"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과 미국이 새해 벽두부터 '선제공격'을 들먹이면서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양상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간의 '담력 대결'로 비유한다. 현 북-미 정세를 고려하면 어느 한쪽이 쉽게 꼬리를 내릴 수 없는 형국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방차관 출신인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두 사람의 담력 대결이 최소 6개월 이상 팽팽하게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선제공격' 카드를 먼저 들이민 쪽은 김정은이다.

그는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핵 위협과 공갈이 지속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 키 리졸브(KR),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같은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할수록 핵무기를 주요 전력으로 하는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키워가겠다는 발언이다.

이는 지난해 5월 6∼7일 열린 7차 당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 때 내놓은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당시 김정은은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 중 '자주권 침해'는 미국의 대북 군사적 공격을 의미한다. 핵무기로 선제공격할 능력은 있지만, 미국이 먼저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이상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들린다. 김정은의 이런 발언을 '수사적'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정은이 대미 선제공격을 들먹이는 것은 개발 중인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체계(장거리 미사일·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한해 ICBM 개발에 주력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과시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장거리 미사일(대포동 2호) 발사를 시작으로 3월에는 ICBM 재진입(삭마) 기술 모의시험과 고체로켓 엔진시험을 공개했다, 4월에는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서 신형 ICBM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공개했고, 4월부터 6월까지 4차례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9월에는 동창리에서 정지위성 엔진시험을 공개한 데 이어 10월에는 2차례 무수단 미사일을 쏘기도 했다.

북한은 대미 선제공격 능력을 보여주고자 올해에도 이러한 도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의 정상돈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과 6차 핵실험 및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을 시도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려고 할 것"이라며 "시기는 4월 이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북한의 공격적인 언사에 대응해 반응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미친개'(Mad Dog)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12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매티스 내정자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대북군사력 사용, 즉 대북 선제타격 옵션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미국은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있다고 밝힌 이후 첫 군사적 조치로 ICBM 감시 레이더를 한반도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Sea-Based X-Band Radar:SBX)가 지난 9일 하와이에서 출발해 한반도 해안에서 약 1천600㎞ 떨어진 해상에 배치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하고 있다.

이 레이더는 대륙 반대편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상공에 있는 야구공 크기의 물건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고성능 탐지력을 갖췄다.

탐지거리가 2천㎞를 넘는 이 레이더는 길이 116m, 높이 85m에 무게 5만t으로, 축구장만 한 갑판 위에 거대한 레이더돔을 탑재해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한 뒤 요격체계에 통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장거리 투사 능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북한이 개발 중인 ICBM에 극히 민감하게 대응하는 미국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강하게 미국을 압박할수록 미국의 채찍은 더욱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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