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한국인 선장 박 모(30대 후반)씨를 납치 3개월 만에 석방한 아부 사야프(Abu Sayyaf)는 필리핀 남서부의 홀로 섬과 바실란 섬을 근거지로 활동해온 이슬람 무장단체다.
필리핀 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모로족의 분리독립을 외치던 모로국가독립전선(MNLF)을 전신으로 해 1991년 설립됐으며, 단체의 명칭인 아부 사야프는 아랍어로 '칼을 만드는 자의 아버지'라는 뜻이다.
리비아, 시리아 등지에서 이슬람 율법을 배우고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전장 경험을 쌓은 설립자 압두라직 아부바카르 잔잘라니는 1998년 사망했고 이어 단체를 이끈 동생 사카다피 잔잘라니도 2007년에 숨졌다.
이후 우두머리가 된 이스닐론 토토니 하필론은 2014년 당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인 아부 바카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 서약을 하고 'ISIL'(미국 정부가 부르는 IS의 명칭)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과격 활동을 펼친다.
이에 따라 유엔은 물론,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아랍에미리트(UAE)가 아부 사야프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아부 사야프는 사제 폭탄을 이용한 폭탄 테러는 물론 납치, 요인 암살, 약탈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관광객이나 선박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질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악행으로 전 세계를 경악게 했다.
2015년 9월 남부 사말섬 휴양지에서 납치한 외국인 관광객 등 4명 가운데 50∼60대 캐나다인 2명을, 지난해 4월과 6월 잇달아 참수했다. 당시 아부 사야프는 인질 몸값으로 6억 페소(145억 원)를 요구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몸값 요구가 먹히지 않자 10대 소년까지 참수하는 잔인함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아부 사야프가 몸값을 요구하며 잡고 있는 인질만 말레이시아인 5명, 인도네시아인 2명, 필리핀인 7명, 네덜란드인 1명, 독일인 1명 등 1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아부 사야프를 비롯한 필리핀 남부의 무장세력이 술루 해 등지에서 활개를 치면서 지난해 필리핀 해상에서 발생한 선박 납치 사건만 10건이 넘는다.
이들의 해상납치로 골머리를 앓아온 필리핀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공동대응에 합의하고, 이들 국가의 해군의 영해 진입을 허용하기도 했다.
아부 사야프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납치 사례도 여러 건 있었다.
2002년 2월에는 한국인 사업가 윤모씨가 아부 사야프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에게 인질로 잡혔다가 5개월 만에 풀려났고, 2015년 1월 피랍됐던 70대 한국 남성은 같은 해 11월 살해된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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