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중심제 개헌안 핵심 조문 속속 가결…여당 '조기총선' 카드로 이탈표 차단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대통령중심제 개헌안 표결 중 난투극이 벌어진 터키 의회에서 고가의 발언석 마이크가 사라졌다.
앞서 이달 11일밤 터키 의회는 본회의를 속개해 개헌안 토론과 표결을 이어갔다.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이탈표를 막기 위해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공개 투표를 하자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몸싸움이 시작됐다.
발언대로 몰려든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고, 곳곳에서 멱살잡이가 벌어졌다. 주먹질도 오갔다.
한 야당의원은 여당의원을 저지하려 이로 깨물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런 혼란 속에 본회의장의 발언대가 부서졌다.
이튿날 의회사무처 직원들이 발언대를 수리하다 마이크 중 한대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 마이크는 1만5천유로(약 1천900만원) 상당의 제품으로 알려졌다.
14일 일간 휘리예트 등 터키 매체에 따르면 11일 밤 몸싸움 당시 의원이 마이크를 빼내 '무기'로 이용했고, 혼란 중에 분실됐다.
의회사무처는 임시로 다른 마이크를 설치했다.
이런 혼란 가운데도 대통령중심제 개헌안 조문은 속속 가결됐다.
개헌안 토론·표결은 이달 10일 시작돼 13일 늦은 밤까지 18개 개정 조문 가운데 10개 조문을 의결했다.
AKP와 이에 동조하는 야당 민족주의행동당(MHP)의 의석을 합치면 356석으로 가결 정족수(330표)를 웃돈다.
CHP는 MHP 의원들과 일부 AKP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설득했으나 역부족이었다.
AKP는 개헌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조기총선을 치를 수 있다며 이탈표를 단속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안정적인 지지율을 누리고 있고,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총선을 치를 경우 MHP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3일 언론 앞에서 조기총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이르면 3월께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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