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어병음 창시한 언어학자 저우유광 타계

입력 2017-01-14 21:39  

中 한어병음 창시한 언어학자 저우유광 타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한어 병음(漢語병<재방변에 幷>音)의 창시자'로 중국에서 존경을 받던 학자 저우유광(周有光) 옹이 14일 타계했다. 향년 112세.

중국의 원로 언어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저우 선생은 이날 새벽 베이징(北京) 셰허(協和)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관영 인민망이 보도했다.

청말 광서제 32년인 시기인 1906년 1월 13일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에서 태어나 20세기 격동의 중국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그는 112세 생일이 하루 지나자마자 숨을 거뒀다.

중국 최초의 서양식 대학인 상하이 세인트존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 월가의 금융회사에서 일한 뒤 1949년 신중국 건립후 조국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에 고국으로 돌아왔던 인물이다.

그는 이후 중국어를 로마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현대식 발음 표기법인 한어병음을 만들며 중국의 문맹퇴치와 현대 중국어의 보급, 국제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시는 생각도 못했지만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중국어를 입력할 수 있는 기반도 그 때 마련했다.

당시 상하이 푸단(復旦)대의 경제학·금융학 교수를 지내던 저우 선생은 1955년 아마추어 언어학자로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문자대회에 참여하면서 한어병음 창시에 나서게 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쉽고 새로운 표기법을 만들 필요에 따라 전국문자개혁위원회를 만들었고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직접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4개 언어에 능통한 저우 선생을 위원회에 초빙했다.

그가 몸담은 문자개혁위원회에는 15명의 학자가 있었지만 한어병음 설계는 그의 주도로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공로에도 저우 선생은 1960년대 말 문화대혁명 시기에 '반동분자'로 몰려 2년간 강제노동수용소에 갇히기도 했다.

저우 선생은 2009년 5월 연합뉴스와 인터뷰 당시 "한국어도 배웠지만 오랫동안 쓰지 않아 잊어버렸다"면서 한글과 한어병음은 자모를 사용하는 원칙은 같지만 운용 방법이 다른 것으로 기억했다.

그는 또 "지식인들은 '역사의 진퇴에는 보통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歷史進退, 匹夫有責)'란 말을 가슴에 새기고 국가와 세계를 생각해 행동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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