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코앞인데…택배·제수용품 다 탔다" 수산시장 상인들 눈물

입력 2017-01-15 11:03   수정 2017-01-15 14:56

"설 코앞인데…택배·제수용품 다 탔다" 수산시장 상인들 눈물

"택배상품 다 잃어 신뢰회복 어떻게"…"설 제사용품 준비한 것 다 탔다"

(여수=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설 택배 나가야 하는데 어째야 쓸까나."


전남 여수시 교동 수산시장 한쪽에서 간장게장과 돌산 갓김치를 파는 상인 유모(64·여)씨는 15일 오전 잿더미로 변한 가게를 바라보며 두 손을 마주 비볐다.

6년 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유씨는 "애가 터진다"며 "이런 날벼락은 처음"이라고 울상 지었다.

그는 시장이 여수의 관광명소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잠시 영업을 중단하고 가게를 새로 단장했다.

장사를 재개한 지 꼬박 1년 만에 가게가 불타버린 유씨는 전국 각지로 보낼 예정이었던 상품을 모두 잃었다고 호소했다.

유씨는 "언제 장사를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 번 잃어버린 신뢰도 어떻게 회복할지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시장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수산시장 상인 황모(50)씨가 깊게 주름 팬 눈으로 그을음 가득한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황씨는 이날 가게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불탔다는 소식을 듣고도 평소처럼 흰색 장화를 챙겨 신고 집을 나섰다.

광어, 우럭, 돔 등 활어를 회 떠서 파는 황씨는 제철 맞은 숭어 등 주말 장사를 위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생선을 준비했었다.


황씨는 "답답해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대목 장사하려고 바쁘게 준비한 상인들 모두 망연자실한 상태다"고 울상 지었다.

그는 "나보다도 조기, 서대, 명태 등 제수상품 한껏 갖다놨다가 다 잃어버린 어르신들이 걱정"이라며 "물건값만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 피해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산시장과 어깨를 맞댄 상가 앞에서 모닥불을 쬐던 상인 여모(61·여)씨도 앞치마와 장갑을 벗지 못한 채 동료 상인과 걱정을 나누고 있었다.

여씨는 "관광객들이랑 주말 손님들로 한창 바쁠 시간"이라며 "평소 같았으면 화장실에도 못 가면서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삼치와 갈치, 병어 등 선어를 파는 여씨는 이날 장사를 위해 생선 500만원 어치를 가게에 갖다놨었다고 전했다.

여씨는 "복구하려면 시간도 꽤 걸릴 텐데 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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