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셰퍼드, 일본 포경선 갑판 밍크고래 사진 공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결과 국제사회의 계속되는 비난에도 연구 조사 목적을 앞세워 남극해에서 고래잡이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증거가 포착됐다.
해양환경 보존단체 '시 셰퍼드'는 15일 남극해 내 호주의 고래보호구역에 있던 일본 포경선 니신마루호에서 밍크고래 한 마리를 발견했다며 사진들을 공개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시 셰퍼드 측이 내놓은 사진에는 죽은 밍크고래가 갑판에 그대로 놓여 있는 모습과 눈가림을 하려는 듯 방수포로 이 고래를 덮어 놓은 모습이 포함돼 있다.
시 셰퍼드 측은 ICJ가 2014년 3월 일본에 상업적 목적의 고래잡이 중단을 요구하는 판결을 한 뒤 일본이 고래를 잡은 모습이 그대로 포착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장면은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후 미소를 짓고 악수를 한 다음날 공개되면서 일본의 포경에 반대의 뜻을 표시해온 호주 정부 측을 당혹스럽게 했다.
포시 프라이든버그 호주 환경장관은 성명에서 일본이 고래잡이를 위해 남극해를 다시 찾은 데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과학을 앞세운 상업적 포경을 단호히 저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는 포경에 대한 호주의 반대가 공개적으로 언급돼 있지는 않지만 턴불 총리는 회담 중 이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전했다.
호주 정부는 '일본이 연구 목적의 포경을 앞세우며 규제 대상인 상업포경을 하고 있다'며 2010년 ICJ에 제소, 일본에 상업적 목적의 고래잡이 중단을 요구하는 판결을 끌어냈다.
시 셰퍼드 측도 일본의 포경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다.
이 단체는 일본이 ICJ의 판결에도 잠시 중단하는 듯하다가 2015년 12월 포경 재개에 나서 이듬해 초까지 333마리의 고래를 잡자 일본 포경선의 성능을 능가하는 신형 선박을 갖추고 제지에 나서고 있다.
이 단체는 이번에도 5주간의 추격전 끝에 니신마루호의 포경 증거를 잡아냈다.
이번에 일본 포경선을 포착한 시 셰퍼드 소속 '스티브 어윈'호의 위안다 러브링크 선장은 자신의 선박에서 떠난 감시 헬기가 상공에 뜨자 니신마루호 선원들이 서둘러 밍크고래와 작살을 숨기려 했다고 말했다.
러브링크 선장은 "그들은 분명히 자신들이 한 일을 숨기려 했고, 이는 자신들의 행위가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나 지난해 11월 18일 출항한 이 포경선이 몇 마리의 고래를 잡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상업적 목적의 포경은 1986년 금지됐지만, 연구 목적으로는 허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연구 목적을 앞세워 많은 고래를 잡아 자국 내 수요에 충당하고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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