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21일 '反트럼프 시위' 분홍모자 쓰고 참석
트럼프 정부 출범 첫날 여성 권리보호·연대 재확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대도시들에서 오는 21일(현지시간) 분홍색 고양이 모자(Pink Cat-ear Hat)를 쓴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15일 일간지 USA 투데이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 열리는 반(反) 트럼프 시위인 '여성들의 행진'(The Women's March)에서 시위 참여자들이 분홍색 고양이 털모자를 쓰기로 했다.
이는 '고양이 모자 프로젝트'(Pussyhat Project)에서 비롯됐다. 고양이 모자 프로젝트는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제이나 츠바이먼(38)과 크리스타 서(29) 등 두 여성이 지난해 11월부터 추진해온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트럼프 정부 출범 첫날을 맞아 여성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여성들 간 굳건한 연대를 보여주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특히 프로젝트명을 '고양이 모자'로 정한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의 여성 혐오증과 성희롱 전력 등을 조롱하기 위해서다. 푸시(Pussy)는 고양이라는 의미 외에도 속어로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대선 기간에 유출된 트럼프 당선인의 음담패설이 담긴 NBC의 연예 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 테이프가 직접적 원인이다.
이 테이프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2005년 '액세스 할리우드' 진행자인 빌리 부시에게 "당신이 스타라면 여성들의 그곳을 움켜쥘 수 있다"(Grab them by the pussy)라고 말한 음성이 담겨 논란을 빚었다.
우선 1백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여성들의 행진에서 시위 참여자들에게 분홍색 모자를 나눠줘 여성들의 권리보호에 적극 동참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분홍색 모자는 시위에 앞서 집합장소에서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미국시민자유연맹과 낙태옹호단체인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에 전달하기로 했다.
여성들의 행진은 의회에서 시작해 내셔널 몰 광장으로 이어진다. 주최 측은 노약자, 임신부, 장애인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코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성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맞아 여성과 이민자 권리가 대폭 후퇴하고 낙태 규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행진 시위에는 가수 케이티 페리, 배우 줄리언 무어, 배우 스칼렛 요한슨 등 유명 연예인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14일 주요 대도시들에서 이민자들의 '반(反) 트럼프'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무슬림 입국금지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성토하고 이민자의 권리보호를 촉구하는 시위에는 수천 명이 참가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정치인, 종교지도자, 여성·노동단체 인사도 시위에 가세했다. 워싱턴DC, 시카고, 로스앤젤레스와 산호세, 피닉스를 비롯해 전국 50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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